'파인' 임수정 "양정숙, 카리스마 있는 인물…악역 하고 싶었죠"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20대, 30대에 인터뷰할 때마다 제가 '빌런'(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거든요. 그래서 '파인' 출연 제안이 왔을 때 너무 기뻤죠. 제가 지금까지 해온 캐릭터와는 결이 많이 다르잖아요."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울보 송은채, 영화 '장화, 홍련'의 예민한 소녀 배수미로 대중에게 익숙한 배우 임수정이 완전히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임수정은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파인: 촌뜨기들'(이하 파인)에서 경리 출신으로 흥백산업 회장 후처 자리에까지 오른 양정숙을 연기했다.

1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이번 연기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원작 웹툰을 읽고서 감독님을 찾아갔다. 양정숙은 악독하고 무시무시한 캐릭터인데, 왜 저를 캐스팅했는지 궁금해서였다"고 떠올렸다.

강윤성 감독이 각색하고, 임수정이 표현한 양정숙은 원작과는 조금 다르다.

원작에서는 천성이 악하고 기회주의자이면서 영리한 인물이라면, 시리즈에서는 사람들을 휘어잡는 특유의 카리스마에 방점을 찍었다.

임수정은 "거친 남자들 사이에서도 지지 않는 카리스마가 있는 인물"이라며 "욕망이 가득하지만, 동시에 진정한 사랑을 찾고 싶어 하는 미숙한 면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연기 과정이 유독 재밌었다는 그는 "촬영하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배우를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돌아봤다.

우아하게 차려입었지만 속에는 욕망이 들끓는 양정숙은 배신과 협잡으로 가득한 '파인' 속 세계관에서도 눈에 띈다.

임수정은 양정숙의 다양한 감정선을 소화하기 위해 때로는 기쁨에 겨워 춤추는 장면을 촬영하고, 때로는 분노에 차 소리 지르는 모습을 연기했다.

임수정은 "소리를 지르는 장면을 찍을 때는 저도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한 상태였다"며 "양정숙이 자신의 모든 수를 다 썼는데 무너져 내리는 상태여서 분노에 찬 감정을 많이 끌어왔다"고 말했다.

또 "금고에서 도장을 발견하는 장면에선 기쁜 표정만 연기하려 했는데, 감독님이 맘보 춤을 춰달라고 했다"며 "감독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줬다""고 귀띔했다.

1970년대 복식과 헤어스타일을 재현했고, 말투마저도 그 시절 그대로라는 평가도 많았다.

그는 "전작이 영화 '거미집'인데, 그 작품 배경도 1970년대였다"며 "('거미집'에서) 1970년대 배우의 톤을 쓰다 보니 억양이 자연스럽게 묻어나왔다. 서울 사투리를 특별히 의식하면서 쓰려고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양정숙에 푹 빠졌던 만큼 다음에도 악역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좀 다른 결의 악역을 해보고 싶어요. 양정숙은 얼핏 보면 어리숙하고 귀여운 면도 보이잖아요. 좀 더 서늘하고 빈틈없는 캐릭터를 만나 도전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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