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어쩔수가없다≫의 수상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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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유행은 시작된 것일까요? 신문 만평에까지 '어쩔수가없다'가 쓰였습니다. 박찬욱 감독이 제82회 베네치아영화제에서 공개한 영화 ≪어쩔수가없다≫의 활용입니다. 한 번만 들어도 귀에 쏙 들어옵니다. 뭔가 그럴싸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기도 하고요. 누구나 다 쓰는 말이지만 새롭습니다. 어쩔수가없다니, 그것도 띄어쓰기 없이 어쩔수가없다니요. 전작 제목 ≪헤어질 결심≫도 비슷했습니다. 흔한 표현이지만 그 영화 이후 "어찌어찌할(∼) 결심"이라는 제목 달기가 급속히 번졌거든요.
영화적 허용이라 해야 할 '어쩔수가없다'를 소재로 국어 공부를 잠깐 하겠습니다. 말글을 다루는 글의 특성상 어쩔 수가 없습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어쩔은 어찌하다의 준말 어쩌다를 관형어로 바꾼 겁니다. 다음에 오는 의존명사 수를 꾸미기 위해서요. 둘 사이는 띄는 게 어법에 맞습니다. 먹을 것, 그럴 따름, 가진 체 하듯 말입니다. 수에 주격조사 가가 붙은 [어쩔 수]가 한 덩어리로 주어가 되고 없다는 서술어가 되어 문장을 완성합니다. 이 주어와 서술어 역시 띄어야 말법을 따르는 겁니다. 버릴 것이 많다, 그럴 리가 있나, 말할 나위가 없다 형태처럼요.
≪어쩔수가없다(영어 제목 'No Other Choice')≫에 미국과 영국 주요 매체들이 평점 100점 만점을 주며 극찬을 쏟아내고 있답니다. 베네치아영화제 상영회에서는 크레딧이 올라가자 관객들이 9분간 기립박수를 보냈다고 하고요. 상을 탈 조짐이려나요. 기운이 나쁘지 않습니다. 영화는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소설 '액스'(THE AX)를 원작으로 만들었습니다. 재취업에 나서는 실직 가장 만수(이병헌 분)의 이야기를 블랙 코미디로 그렸습니다.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한 박찬욱 영화의 제목은 ≪복수는 나의 것≫(2002)에서 ≪친절한 금자씨≫(2005)와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를 거쳐 ≪헤어질 결심≫(2022)에 이어 ≪어쩔수가없다≫(2025)에 이르렀습니다. ≪올드보이≫(2003)처럼 명사 하나로 끝낸 제목이 아닌 것들입니다. 국뽕, 국뽕 하지만 한국인 감독의 '받을 만한' 작품이 '받을 만한'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어쩔수가없습니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웃음이 번집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email protected])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연합뉴스 기사, 박찬욱 '어쩔수가없다'…美·英 비평가 10여명 평점 '100점' (송고 2025-09-01 04:38) - https://www.yna.co.kr/view/AKR20250901003200075
2. 연합뉴스 기사, 이병헌 연호 레드카펫, 웃음터진 극장…"탁월한 자본주의 풍자"(종합) (송고 2025-08-30 17:38) - https://www.yna.co.kr/view/AKR2025083002685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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