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하고 애틋한 모두의 가족 이야기…영화 '비밀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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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감독 연출…장영남·류경수·스테파니 리 주연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강원도 춘천의 한 고등학교 미술교사 정하(장영남 분)에겐 비밀이 많다.
유일한 가족인 아들 진우(류경수)에겐 몸이 아파 휴직한다는 사실을 숨기고, 동료 교사들에겐 캐나다의 어학원 사무직원인 진우가 구글에 다닌다고 거짓말한다.
사고로 죽은 남편과 마지막 통화에서 나눈 대화가 무엇인지, 남편의 죽음 뒤 새로 찾은 사랑이 누구인지는 소도시 춘천에서도 특히 보수적인 집단인 학교에선 당연히 비밀이다.
표면적으로나마 평온하게 이어지던 정하의 일상은 캐나다에서 잠시 귀국한 진우가 예고 없이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를 집에 데려오면서 깨지기 시작한다. 캐나다에 있던 제니의 부모까지 딸을 쫓아 무작정 춘천으로 오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이 된다.
김대환 감독의 '비밀일 수밖에'는 고요하고 비밀스럽던 정하의 일상에 아들 커플과 예비 사돈 부부가 찾아오면서 각자의 사정이 드러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진우와 제니 커플, 제니 부모의 면면은 정하의 사정 못지않게 복잡다단하다.
진우는 의사 여자친구 제니에게 다소 눌리면서 여전히 진로를 고민하는 유튜버 준비생이고, 제니의 아버지(박지일)는 어렵게 키운 딸과 불화를 겪는 중년 남성이자, 오래전 부모를 곤경에 빠뜨렸던 못난 아들이기도 하다.
요가 강사 지선(옥지영)은 정하와의 설명하기 어려운 동거 관계로 긴장감을 주면서도, 모든 인물과 가장 조화롭게 어울리는 묘한 개성을 뽐낸다.
각자의 사정을 가진 이들은 한 집에 모여 보내는 동안 직업, 혼수, 폭력, 음주, 성소수자 혐오 등 셀 수 없는 주제로 싸우거나 냉전을 벌인다.
전부 어디엔가 있을 것 같고, 가까운 지인에게서 들어봤을 법한 '한국적인' 사정들이다.
누구나 남들에게 감추고 싶은 수치스러운 면모가 있다는 점에서 공감을 끌어내고, 지지고 볶는 가족의 이야기에 또 한 번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골치 아픈 가족사와 관계의 갈등이 수학 문제를 해결하듯 명쾌하게 풀리지 않는 점도 사실적이다. 영화 속 인물들은 묵은 감정을 폭발시킨 뒤 후회하고, 일부는 덮어둔 채 어정쩡하게 관계를 이어 나가며 관객의 일상을 거울처럼 비춘다.
명절에 큰집에 모인 어른들이 한바탕 싸우다 잠들고, 다음날 어색하게 술상을 정리하며 아침밥을 먹는 것 같은 풍경이다.
영화 '기생충'(2019) 시나리오를 윤색한 김대환 감독과 인연이 있는 봉준호 감독은 영화를 "한국적 캐릭터 묘사의 달인 김대환 감독이 새롭게 엮어낸 명랑 가족 드라마"라고 평가했다.
특히 제니의 엄마 하영 역을 맡은 배우 박지아에 대해서는 "독특한 뉘앙스의 엄마 연기로 포복절도의 유머와 기묘한 페이소스(애수)를 동시에 전달한다"고 했다.
9월 10일 개봉. 114분, 12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