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령 "스스로 희생한다면, 우리 모두 '로제타'죠"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이번 연극에서 '로제타가 본인을 희생해 넘어진 이들을 일으켜 세웠다'는 내용의 내레이션이 있어요. 저는 이 연극을 보신 분들이 각자 '나도 로제타'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최근 연극 '로제타'(Rosetta) 서울 공연을 마친 배우 김성령(58)은 2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기자들을 만나 "연극 출연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내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마치고 보니 이번 작품에서 위안을 많이 받은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로제타'는 1890년 미국에서 조선으로 건너와 국내 최초의 맹아학교 '평양여맹학교'와 여성 치료소 '광혜여원'을 개소한 의료 선교사 로제타 셔우드 홀(1865∼1951)의 삶을 담은 연극이다. 아픈 이들을 위해 헌신하고 차별과 편견에 맞서는 로제타의 모습을 그려냈다.

로제타를 연기한 김성령은 "연극을 본 지인들이 '이렇게 숭고한 선교사가 있었단 걸 처음 알았다'고 해서 제가 '너도 지금 로제타로 살고 있어'라고 대답했다"며 "우리 모두 스스로를 희생하면서 일한다면 모두 조금씩은 로제타와 같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런 생각에 저 또한 로제타를 연기하면서 위안받았고, 연극을 보시는 분들도 같은 감정을 느끼셨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성령이 연극 무대에 선 것은 2019년 '미저리' 이후 약 6년 만이다. 그가 오랜만의 연극 출연을 결심한 것은 총 8명의 배우가 번갈아 로제타 한 사람을 연기하는 실험적 연출에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김성령은 "저 혼자 잘한다고 되는 작품이 아니고 다른 배우들과 호흡하면서 같은 에너지를 나눠야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며 "이런 연기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쉽게 해볼 수 없는 새로운 시도인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로제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이 미국 실험주의 극단 리빙 시어터, 국내 극단 극공작소 마방진 등과 공동 제작해 2023년 초연했다. 로제타를 연기한 나머지 7명의 배우는 모두 초연 때도 무대에 올랐고, 김성령만 새로 합류했다.

김성령은 "다른 배우들은 이미 한 번씩 무대에 올랐고 저는 처음이어서 연습 때부터 '민폐가 되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며 "부담감과 조바심이 있었는데, 어느 순간에 배우 모두가 하나가 된 느낌이 들었다"고 떠올렸다.

이런 이유로 한 달 반의 연습 기간 내내 김성령은 누구보다 먼저 연습실에 도착할 정도로 진지하게 임했다고 한다.

1991년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데뷔한 김성령은 20여 편의 영화와 50편가량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연극은 '로제타'가 7편째로 상대적으로 출연작이 많지 않다.

김성령은 앞으로도 계속 연극 무대에 오를 것인지 묻자 손사래를 치며 "대사 외우기가 너무 힘들어서 암기할 필요 없는 낭독극을 하고 싶다"고 웃음 지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이 없을 때 연극 제안이 오면 '인연이 닿았다'고 생각한다"며 "'로제타'도 마침 좋은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제안받았다"고 했다.

'로제타'의 서울 공연은 끝났지만, 아직 막을 내린 것은 아니다. 이달 5∼6일 부산 영화의전당 무대에 오르며 27∼28일에는 일본 돗토리현 도리긴문화관에서 초청 공연을 한다.

김성령은 연극 외에도 TV 예능과 영화 촬영으로 쉴 틈 없이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달 JTBC 예능 '당일배송 우리집' 촬영을, 다음 달 10일 아들을 잃고 방황하는 엄마로 출연하는 영화 '낮은 곳으로부터' 촬영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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