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한 K컬처로 핫하게 요리…'케이' 품는 글로벌 엔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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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데헌'·'케이팝드'·'버터플라이', 해외서 한국 문화 담은 콘텐츠 잇달아
한국계 창작진 참여…"한류가 원재료, 이제 콘텐츠 국적 의미 없어"
(서울=연합뉴스) 고가혜 기자 = "헤이 시스터, 고 시스터, 솔(Soul) 시스터, 고 시스터"
영화 '물랑루즈' 주제가로 유명한 '레이디 마멀레이드'가 울려 퍼지고, 미국 솔 음악의 대모 패티 라벨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무대를 가득 채운다.
이 무대에 K-팝 걸그룹 빌리가 함께 올라 댄서들과 절도있는 동작을 맞추고 노래를 나눠 부른다. 관능적인 원곡이 K-팝 스타일로 편곡되면서 관객들은 익숙하면서도 새로운 음악에 열광한다.
이는 애플TV+ 글로벌 음악 경연 시리즈 '케이팝드'(KPOPPED)의 한 장면이다.
'케이팝드'는 유명 팝가수들이 K-팝으로 재해석한 자기 대표곡으로 무대를 꾸미고, 청중 투표를 통해 승패를 가르는 경연 프로그램이다.
제목처럼 K-팝을 전면에 내세우고 싸이를 비롯해 에이티즈, 있지 등 한국 가수들이 줄줄이 나오지만, K-예능으로 분류하기 어렵다. 세계적인 팝가수들이 선보이는 K-팝 스타일 합동 무대에 비중이 실렸기 때문이다. 영국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스가 있지와, 전설의 여성그룹 TLC가 한국 걸그룹 스테이씨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
제작 과정을 들여다봐도 전형적인 K-콘텐츠와는 다르다.
모든 무대 연습과 경연 과정은 서울에서 촬영했지만, 한국 CJ ENM과 호주·미국 유레카 프로덕션이 공동 제작했다. 미국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 TV+를 통해 공개되고 영어가 주 언어로 사용된다.
CJ ENM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K-컬처가 인기가 정말 많다는 걸 깊이 인지하고 있어서 이런 프로그램이 만들어질 수 있었다"며 "애플TV+ 외에도 여러 글로벌 콘텐츠 회사들로부터 협업 제안이 오고 있어 이러한 콘텐츠가 꾸준히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K-콘텐츠는 한국 제작사가, 한국 출연진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만든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서 부르는 명칭이었지만 최근에는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K-콘텐츠 수출에 주력했지만, 이제는 해외 제작사들이 K-컬처를 주제로 예능,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글로벌 콘텐츠를 앞다퉈 만들어 내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대표적이다.
미국 소니픽처스 애니메이션이 제작하고 대사도 대부분 영어지만, 이 애니에는 K-팝과 한국 음식, 한국 관광 명소 등 한국적인 문화가 가득 담겼다.
미국 제작사 미디어 레즈가 3대에 걸친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소재로 만든 애플 TV+ 오리지널 드라마 '파친코'도 비슷한 사례다.
한국 제작사가 만들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이 겪은 한과 연대의 정서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가깝게는 아마존 MGM 스튜디오에서 한국을 배경으로 만든 드라마 '버터플라이'가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촬영했고, 김태희, 박해수, 김지훈 등 한국 배우들이 출연하며 한국어 대사도 상당량 나온다.
과거에도 할리우드 영화 '블랙팬서', '어벤져스' 등에 한국이 배경으로 등장하거나 마동석, 박서준 등 한국인 배우가 출연한 적은 있지만, 최근 들어 한국을 풀어내는 방식이 아예 달라지고 있다. 한국과 한국 문화를 콘텐츠 '주인공'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은 세계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K'(한국적인 것)가 트렌디하고 신선하다는 인식이 생겨났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관계자는 "대중문화는 늘 참신한(NEO) 소재를 찾는 흐름이 있는데, 미국 등 전 세계 문화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K'가 트렌디하다는 느낌을 주는 시대가 됐다"며 "그간 K-컬처가 10·20대 위주로 알려졌다면, 이제 미국 주류 미디어에도 'K'는 '핫'하고 신선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문화를 이질감 없이 담아내고자 해외 곳곳에 있는 한국계 창작진들이 콘텐츠 제작을 주도하는 점도 눈에 띈다.
'케데헌'은 한국계 캐나다인인 매기 강 감독이 연출했고, '버터플라이'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 대니얼 대 김이 총괄 제작과 주연을 맡았다. '파친코'도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수 휴 총괄 프로듀서와 저스틴 전·코고나다 감독 등 한국계 제작진이 만들었다.
이들 역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국 문화가 매력적인 소재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매기 강 감독은 "여러 할리우드 제작사가 K-팝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고 언급했다. 대니얼 대 김 역시 "최근 K-푸드, K-드라마, K-뷰티에 대한 인기가 높고, 미국 시장에서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기 좋은 타이밍이었다"고 했다.

(서울=연합뉴스) 강민지 기자 = 21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버터플라이' 기자간담회에서 배우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태희, 대니얼 대 김, 레이나 하디스티, 김지훈, 션 리차드.
2025.8.21 [email protected]
글로벌 OTT를 기반으로 해외에서 K-컬처를 담은 콘텐츠가 등장하면서 K-콘텐츠 정의는 점차 '한국이 만든 콘텐츠'에서 '한국 문화를 담은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K-콘텐츠로 규정지어 소비하기보다는, 다양한 협업으로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한류가 자유롭게 활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석경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한류연구센터장은 "기존에도 프랑스 문화를 담아낸 미국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나 아시아 문화가 담긴 '뮬란', '쿵푸팬더'처럼 다른 나라 문화를 활용한 콘텐츠는 계속 있어 왔다"며 "최근 한류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이를 다룬 글로벌 콘텐츠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해외 곳곳의 한국계 창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직접 참여하며 일종의 '디아스포라'(이산)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라며 "이젠 더 이상 콘텐츠에 'K'를 붙여 국적을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할리우드가 만든 나폴레옹 영화를 프랑스 콘텐츠라고 하지 않듯이 이들은 한류를 원재료로 한 글로벌 콘텐츠라고 봐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K-컬처를 접목하는 흐름은 한층 다양하게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엔터기업 관계자는 "예를 들어 미국에서 요리 프로그램을 만들 때 기존에는 이탈리아나 프랑스 요리를 다뤘다면 이제는 'K 푸드'를 넣는 시도를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케데헌'이 넷플릭스 매출을, '케이팝드'가 애플 TV+ 매출만 올려준다는 시각이 있지만 문화 현상은 다른 매출을 끌어당기는 '장력(張力) 현상'이 있다. 장기적인 장력 현상을 고려할 때 우리 콘텐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