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일 수밖에' 김대환 감독 "가족에겐 숨기고픈 사정 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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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스테파니 리 "극장에서 나와 대화할 거리 던져주는 영화"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비밀이 생기면 가장 터놓기 어려운 관계가 가족인 것 같아요. 친구나 남한테 말하는 건 오히려 편한데, 가족에게 말을 꺼내는 건 엄두가 안 날 정도로 공포스럽고 두려울 때가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 '비밀일 수밖에'를 연출한 김대환 감독은 각자 비밀을 품은 인물들을 모아 '한국적 가족상'을 표현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3일 서울 서대문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 감독은 "좋아하고 사랑하니까, 상처받을까 봐 (속 얘기를) 더 꺼내기 쉽지 않은 가족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비밀일 수밖에'는 춘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 정하(장영남 분)의 집에, 캐나다에 사는 아들 진우(류경수)와 그의 여자친구 제니(스테파니 리)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영화다.
정하는 남편과 사별한 뒤 함께 살고 있는 동성 연인 지선(옥지영)을 이들에게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아직 알리지 않은 유방암 선고 소식은 어떻게 꺼내야 할지 고민한다.
김 감독은 "다른 영화들에도 성소수자 자녀를 바라보는 부모의 모습은 종종 있었지만 반대의 경우는 거의 못 봤다"면서 "장영남 배우도 이런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고자 하는 마음에서인지 흔쾌히 역할 제안을 받아줬다"고 돌아봤다.
영화에서 스스로에게도 속마음을 숨긴 채 불쑥 성질만 내곤 하는 제니의 아버지 문철(박지일)은 가족 내 갈등을 일으키는 캐릭터다.
김 감독은 "대한민국의 가족 안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큰 원인 중 하나가 가부장제"라면서 "세대 간의 충돌은 대부분 그것들이 비롯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짜증 난다 라고 생각하는 데에서 멈추는 게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인 그들이 가진 마음속 죄책감을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정하의 동성 연인 지선은 옥지영이 연기했다. 김 감독은 "간혹 자기 신념이 차돌같이 굳건한 사람들은 목소리부터 다르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면서 지선이 바로 그런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옥지영도 "꾸밈없고 자유롭고 어디에나 잘 스며드는, '사랑받고 자란 듯한' 캐릭터를 담백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선은 한발짝 떨어져서 인물들을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서 "이방인이지만 자연스럽게 인물들 간의 균형을 맞춰주는 인물을 담백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특히 신경 쓴 부분을 들려줬다.
단단한 균형추 같은 지선의 역할은 동성 연인의 예비 며느리인 제니와 함께 담배를 태우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제니 역을 맡은 스테파니 리도 이 장면을 언급하며 "지지 말라는 지선의 대사에 저도 위로받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관객분들도 제니의 입장에서 진심 어린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스테파니 리는 이어 "극장에서 친구나 가족들과 같이 관람하고, 끝난 뒤에 커피를 마시거나 술 한잔을 하면서 대화할 소재들을 던져주는 영화"라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