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시작된 모녀의 어정쩡한 동거…영화 '홍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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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슬기 감독 장편 데뷔작…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어려운 엄마와 딸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어린 홍이(장선 분)는 30대가 되면 직장도 갖고 좋은 남자를 만나 평범하게 잘 살 거라고 막연히 꿈꿨을 것이다.

    그의 꿈은 교사였다. 폭력적인 아버지와 엄격한 어머니 밑에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살아왔지만, 번번이 시험에서 고배를 마셨다. 숨만 쉬어도 돈이 나가는 서울살이를 유지하려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사이 서른이 훌쩍 넘었다.

    정신이 들고 보니 번듯한 직장도, 남자친구도 없는 피곤한 어른이 되어 있었고 지금까지 번 돈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게 빚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은 모친 서희(변중희)가 평생 모은 돈이 든 통장뿐이었다.

    많지도 않은 그 돈이나마 손에 넣으려 홍이는 요양원에서 지내고 있던 엄마를 집으로 모셔 온다.

    황슬기 감독의 장편 데뷔작 '홍이'는 평생 살가운 사이인 적 없었던 모녀가 돈 문제로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사랑하기도 미워하기도 마음처럼 안 되는 모녀 관계에 돈 문제까지 끼었다. 나이가 든 모녀가 몇십년간 묵은 오해와 갈등을 서서히 풀어나가는 단순한 이야기 구조에서 벗어나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현실적인 두 여성의 속사정을 담았다.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밖에서는 시종일관 '사회적 미소'를 지어 보이는 홍이는 엄마에게만 세모눈을 뜬다.

    돈 때문에 엄마를 모셔 와서는 제대로 돌봐주지도 못하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생각하면서도, 엄마에게 살갑게 대하는 데에 매일 실패한다.

    늙어가는 엄마의 몸과 정신을 지켜보는 일이 안타깝지만, 그에 못지않게 자신의 처지가 딱하고 괴로워서다.

    홍이는 공사장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연락 중인 남자에게는 '브런치로 아보카도 샌드위치를 먹었다'는 태연자약한 거짓말로 문자를 보낸다. 그의 쓸쓸함이 이해가 되면서도, 업무 중 휴대전화를 붙들고 있는 모습이 한심하고 미숙하게도 보인다.

    나이가 들었다고 철들고 성숙해지는 건 아니지만, 조금만 정신 차리고 살아도 지금보다는 형편이 낫겠다는 잔소리가 불쑥 올라온다.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에무필름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엄마 서희도 짠하기만 한 캐릭터는 아니다. 모진 말이라도 할 말은 꼭 해야 하는 성미에 자꾸만 딸의 신경을 긁는다.

    딸을 처음 본 요양보호사가 "두 분 많이 닮으셨네요. 자랑 많이 하시더니"라고 하는 말에 "닮기는 뭐가 닮아. 얘는 나 하나도 안 닮았어"라고 새침하게 대답하고, 딸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집안 꼬락서니 하고는"이라며 혀를 찬다.

    자존심은 쌩쌩한데 몸은 약해져 가고, 잘 살기를 바라서 엄하게만 대해온 딸에게 이제 와서 다정한 말이 나오지도 않는다.

    미안함과 원망이 어지럽게 섞인 눈빛은 모녀가 똑 닮았다. 아주 독하지도, 그렇다고 착하지도 않은 어정쩡한 성격도 빼다 박았다.

    딸만 보면 한숨을 푹푹 쉬는 서희는 어쩜 저렇게 숨 쉬듯이 딸의 자존감을 깎아내리나 싶지만, 1년은 먹을 만큼 잔뜩 바나나 식초를 담는 모습은 딸과의 동거가 오래가지 않을 것을 아는 건가 싶어 마음이 저리기도 하다.

    24일 개봉. 86분. 12세 이상 관람가

    영화 '홍이 '속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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