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살 BIFF] ⑤ 박광수 이사장 "아시아영화 미래 논하는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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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장비 빌려 시작한 첫 개막식…현재 모습 상상 못해"
30돌 맞은 영화제…"현실에 맞게 변하고 미래 예견하는 노력 중요"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 도전이 있었지만 가장 큰 위험은 언제나 영화제 내부에 있었습니다. 외부의 도전이 아무리 거세도 내부가 건실하고 유연하면 어떤 위기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을 앞둔 14일 박광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에게 그동안 영화제의 도전과 위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이같이 답했다.
박 이사장은 1996년부터 3년간 부산영화제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영화제의 기반을 다진 인물이다.
현재 아시아프로젝트마켓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으로 자리 잡은 부산프로모션플랜과 아시아필름마켓을 발족시킨 영화 산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
이후 부산영상위원회 초대 운영위원장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교수를 역임했고 지난해 인사 문제로 공석이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후보로 단독 추대됐다.
박 이사장은 30년 전 영화제를 처음 시작했을 당시 지금의 모습은 생각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당시 남포동 주변 영화관과 인근 호텔들을 중심으로 행사를 준비했는데 극장 환경이 국제영화제를 하기엔 너무 미력했다"며 "스위스 로카르노영화제 야외상영관을 떠올려 바다를 배경으로 한 상영관을 만들기로 했고, 스위스에서 영사 장비와 기술을 빌려 상영한 결과 성공적이었다"고 회상했다.
또 "이 시기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제는 영국 정부가 주관하는 홍콩영화제였는데, 유럽의 영화제나 비평가들이 이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의 정보를 취합했다"며 "당시 '홍콩을 잡자'는 목표를 세웠는데, 실제로 몇 년 뒤 홍콩영화제의 명성이 부산으로 넘어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영화 시장으로 진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중 아시아의 유능 감독들과 세계의 제작자를 연결해 주는 사전 판매시장 '부산프로모션플랜'은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아시아 영화계에 새로운 문을 열어줬다.
1998년 부산프로모션플랜을 시작할 당시 한국 영화계의 투자 환경이 바뀌던 때로, 대기업들이 한국 영화 투자에 눈을 돌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였다.
박 이사장은 "부산프로모션플랜으로 해외에서 투자를 끌어들이는 방법, 유럽의 영화 정책, 유럽이나 미국의 영화제작과 투자에 관한 정보와 합작의 방법 등을 공유했다"며 "한국 영화가 새로운 영역, 글로벌 영화시장으로 진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OTT 플랫폼이 무섭게 성장하면서 영화계의 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영화제 역시 이 점을 예의주시한다.
박 이사장은 "이미 다른 큰 영화제들이 자신들의 입장을 발표하고 공생의 방법을 찾고 있으며 부산국제영화제도 비슷하다"며 "자신의 방식을 주시하며 협력하고 공존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올해 30주년을 맞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세부 변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 2025.4.29 [email protected]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30주년을 맞아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경쟁 부문을 신설했다.
박 이사장은 "올해 30회를 맞은 영화제가 가지는 특별한 메시지는 '현실에 맞게 바꾸거나 미래를 예견하며 변화하려는 노력'"이라며 "올해 처음 시도하는 경쟁 부문 영화들은 이미 칸이나 베네치아, 로카르노영화제에서 수상한 영화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유럽에서 평가받은 영화들과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소개돼 평가를 기다리는 영화들을 구분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부산국제영화제가 어떤 모습으로 자리 잡길 바라냐는 질문에 그는 "부산국제영화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젊고 지적인 관객들과 함께하고 있다"며 "관객들과 영화를 만드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영화제가 돼야 하며, 아시아 영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미래가 실현된다면 관객과 영화인 모두가 행복한 영화제가 되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