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현 "물이 들어오든 빠지든 계속 노를 저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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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만에 세 번째 미니앨범…"지금 시대 사랑의 의미·가치 고민"
"오랫동안 노래하며 무대 서고파…제가 잘하는 것 중 안 해본 것 꺼내 들었죠"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물이 들어오기를 기다리지 말고 계속 노를 저어야죠. 물은 빠지기도 하고, 들어오기도 하니까요."
그룹 방탄소년단(BTS),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코르티스 같은 K팝 스타 보이그룹이 포진한 소속사 빅히트뮤직에는 이들에 앞서 18년간 자리를 지켜 온 '1호' 선배 보컬리스트가 있다.
바로 2007년 혼성그룹 에이트(8eight)로 데뷔해 듀오 옴므(Homme)와 솔로를 거친 가수 이현.
과거 뛰어난 가창력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를 앞세워 '심장이 없어', '밥만 잘 먹더라', '내꺼 중에 최고' 등의 히트곡을 낸 그가 16일 세 번째 솔로 미니앨범 '앤드'(A(E)ND)로 가요계로 돌아왔다. 앨범 단위로는 지난 2012년 1월 솔로 정규 1집 '더 힐링 에코'(The Healing Echo) 이후 무려 13년 8개월 만의 신작이다.
이현은 최근 서울 용산구에서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기쁘기도 하지만 기다려 준 팬들에게 미안한 느낌이 크다"며 "앞으로는 나의 시간을 빠르게, 또 열심히 쓰고 싶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신보 발매 소감을 밝혔다.
또 "요즘 솔로 발라드 가수들이 미니(앨범)를 잘 내지 않는 추세이지 않으냐. 하지만 가수로서 존재하고 있음을 가장 잘 느낄 때는 무대에 설 때인데 그러려면 새로운 음원이 필요하다"며 "마음으로는 정규앨범을 내고 싶었지만, 미니앨범 정도는 보여드려야 팬들이 흡족해할 것 같아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앤드'에는 사랑과 이별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겪는 관계의 시작과 끝을 다룬 여섯 곡이 담겼다. 철자와 발음은 비슷하지만 정반대의 의미를 가진 '앤드'(AND)와 '엔드'(END)를 결합한 앨범명으로 관계의 양면성과 감정의 복합성을 전했다.
앨범에는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을 비롯해 2000년대 초반 네오 솔(Neo Soul) 장르를 재해석한 알앤비 솔(R&B Soul) '데이 & 드림'(Day & Dream), 권태기가 온 연인을 노래한 2000년대 초반 알앤비 팝(R&B Pop) 분위기의 '왓츠 온 유어 마인드'(What's On Your Mind), 프로미스나인의 송하영이 피처링으로 참여한 '우리의 중력' 등 총 여섯 곡이 수록됐다. 이현은 '우리의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다섯 곡의 작사에 참여했다.
'이쯤에서 널'은 피아노 선율과 이현의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는 브리티시 록에 기반한 팝 발라드 장르의 노래다. 이현은 헤어진 연인을 놓아주기로 결심하는 순간의 아픔을 묘사했다.
이현은 "지금 시대의 사랑에는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고민했다. 허무한 결말일 수도 있겠지만 우주와 시간을 거슬러 사랑의 의미를 곱씹는 영화 '인터스텔라'도 다시 봤다"며 "저는 이별도 사랑의 일부라고 생각하기에, 상대를 놓아주는 것 또한 배려고 사랑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데뷔 전 보이즈투맨과 토니 브랙스톤을 듣고 자란 이현은 이번 앨범 수록곡을 통해 2000년대 초반 알앤비 분위기를 세련되게 재현해냈다. 또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로는 지난 18년 동안 주로 발라드 히트곡을 낸 것과 달리 브리티시 록 색깔을 더해 음악적 변신을 꾀했다.
이현은 "앨범명이 '앤드'인데, 사랑 이야기에 국한하기보다는 저 자신이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오랜 공백기가 있었고, 제 안에 부침도 있었고, 다시 용기를 내 보는 순간도 있었다. 끝인 것만 같았지만 다시 시작하자는 메시지를 앨범에 녹여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 기본적인 방향성은 오랫동안 노래하고 무대에 서고 싶다는 것"이라며 "혼성그룹 에이트로 시작해 그동안 제게 주어진 기회들을 최대한 활용하며 노력해왔다. 에이트 때는 감정의 극한을 보여줬고, 옴므 때는 제가 안 할 줄 알았던 신나는 노래도 해 봤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공백기 동안 스스로 작곡하는 역량을 키우려 3∼4년 정도 미디도 공부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소속사에 약 200여곡을 보냈더니, 방 의장으로부터 "이제 스스로 프로듀싱해도 될 때가 온 것 같다"는 답을 들었단다. 이현은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빅히트뮤직의 대표 프로듀서 피독(Pdogg)과 손잡고 이번 앨범을 준비했다.
가요계에서는 최근 발라드 장르의 인기가 예년 같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18년 동안 발라드를 불러온 그 역시 장르에 대한 고민이 컸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꾸준히 노를 젓다 보면 음악 시장 환경에 따른 어려움에서도 빠져나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결론을 내렸단다.
이현은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이니 제 정체성을 잡아두고 싶었다" 노래가 잘 되겠다 혹은 안 되겠다 여부를 떠나 '제가 잘하는 것 가운데 안 해본 것'을 해보고 싶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발라드를 안 듣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들 삶이 팍팍하다 보니 새로운 음악을 찾아 들을 여유가 없다고 본다. 그래서 리메이크 발라드가 많이 나오는 게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8월 말이 돼도 날씨가 너무 덥길래 겁이 좀 났죠. 발라드 장르를 하다 보니 컴백 날짜를 미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우주의 기운이 모였는지 날씨가 선선해져서 다행입니다. 제 타이틀곡을 듣기에 딱 좋은 날씨입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