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뉴스' 변성현 감독 "슈트 입은 설경구, 꼴 보기 싫었죠"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배우 설경구는 변성현 감독의 '페르소나'로 꼽힌다.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을 시작으로 '킹메이커', '길복순', 오는 17일 공개될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까지 설경구는 변 감독과 네 작품을 함께했다.

작품 수가 많은 것뿐만 아니라 설경구의 새로운 모습도 변 감독의 작품에서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불한당'은 설경구의 관능적인 매력을 끄집어내며 그의 팬덤을 형성하는 데 일조했다.

이번 '굿뉴스'에서도 설경구는 색다른 모습을 선보인다. 허름한 긴 코트에 어딘가 어울리지 않은 모자까지 변 감독의 이전 작품에서 선보인 슈트와 외양부터 차이가 난다.

"경구 선배님이 '불한당' 이후 계속 슈트 차림으로 나오는데 그게 꼴 보기 싫었어요. 전혀 그런 사람이 아닌데…."(일동 웃음)

'굿뉴스' 각본을 쓰고 연출한 변 감독이 14일 서울 종로구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설경구에게서 새로운 캐릭터를 끄집어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굿뉴스'는 1970년 납치된 비행기를 어떻게든 서울에 착륙시키려는 이야기를 그린 블랙코미디 영화다. 일본 적군파가 민항기 '요도호'를 납치해 북한으로 망명을 시도한 요도호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됐다.

설경구는 비행기를 착륙시키려는 계획의 기획자 아무개 역을 맡았다. 아무개는 눈에 띄지 않게 일을 풀어나가는 정체불명의 해결사다. 때로는 관객에게 말을 직접 걸며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한다.

설경구는 "변 감독이 '그냥 하시죠'라는 제안에 하게 됐는데, (각본을) 보고 나서 '이게 뭐야' 했다"며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아무개여서 솔직히 당황스러웠다"고 떠올렸다.

그는 또 "몇 번을 읽어도 다른 인물과 섞이지 않았던 인물이었다"며 "묘해서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수없는 고민 끝에 탄생한 결과물에 만족감을 표했다. 영화는 제5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부문과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선보인 뒤 호평을 받았다.

그는 "부산에서 반응이 좋아서 만족했다"며 "같이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류승범은 '굿뉴스'에서 중앙정보부장 박상현 역을 맡았다. 천진난만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박상현은 아무개를 불러 일을 해결하려 한다.

류승범은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해본 적이 없는 블랙코미디 장르에 매혹됐다"며 "겉과 속이 다르고 웃기면서도 뼈가 있고 감독님의 의도가 웃음과 장르적 표현으로 드러나는 점이 매혹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끌리는 시나리오에도 처음에는 출연 제안을 거절했다. 작품을 끝낸 지 얼마 되지 않아 개인적인 휴식 시간을 갖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변 감독의 끈질긴 설득에 결국 출연을 결정했다.

변 감독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데서 비롯된 악함을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배우가 류승범이었다"며 "12시간 같이 있으면서 술을 먹었다. 만취된 승범 씨를 상대로 승낙받고 귀가했다"고 말했다.

관제탑에서 비행기를 회유하는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 역은 홍경이 연기했다.

변 감독은 "1970년대 20대 청년으로 요즘 젊은 세대의 얼굴을 넣고 싶었다"며 "아무리 애쓰고 앞으로 나아가려 해도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고 홍경을 캐스팅한 배경을 설명했다.

변 감독은 '굿뉴스'가 가장 열심히 한 작품이라며 자신감을 비쳤다.

"모든 작품을 열심히 했지만, 이번 영화를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게 있겠지만, 저의 100%를 쏟았다고 생각해요. 어느 정도 뿌듯함이 있는 영화이니 많이들 봐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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