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극장들…줄어드는 관객에 임대료 감당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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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 명동 씨네라이브러리·메가박스 성수 등 잇따라 폐점
일부 상영관은 전시관·공연장으로 리뉴얼…돌파구 모색
"극장 관람, OTT보다 에너지 소비 크단 인식…극소수 작품 살아남을 것"
(서울=연합뉴스) 정래원 기자 = 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행사가 열리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와 개관한 지 6년밖에 되지 않은 메가박스 성수점이 잇따라 폐점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로 줄어든 관객이 아직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가운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강세로 관객몰이가 여의치 않은 대형 극장들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극장이 어려워질수록 흥행이 보장되는 상업영화에만 투자·제작이 이뤄질 경우 관객들의 선택 폭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극장 사업의 위기가 영화산업 전체 문제로 이어지게 되는 이유다.
◇ 영화 애호가 모이던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 역사 속으로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는 이달 29일 영업을 종료한다.
예술영화 상영과 국내 첫 영화 전문 도서관 운영, 관객과의 대화 프로그램 등으로 영화 팬들이 자주 찾던 공간인 만큼 이곳의 폐점은 상징적 의미가 크다.
CGV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구조적 어려움 속에서 도심 상권 변화, 운영 효율성 등 복합적인 요인을 고려해 영업을 종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효율적인 지점은 폐점하고, 수익성이 높은 곳에는 시설 환경에 대한 투자를 진행해 서비스 품질을 개선함으로써 고객에게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GV는 올해 들어서만 12개 지점을 폐점했다. 지난해 4개 상영관이 문을 닫은 데 이어 폐점 추세가 가속하는 모습이다.
순천·목포·송파·연수역·파주야당·창원·광주터미널 등 전국 곳곳의 극장이 문을 닫았다.
메가박스 성수점도 지난 12일 영업을 종료했다.
2019년 본사 사옥 이전과 함께 개관한 성수점은 프리미엄 특별관 및 카페와 브랜드 팝업 공간을 함께 운영하며 복합문화공간으로 주목받았지만 6년 만에 불이 꺼졌다.
◇ 관객 줄어든 상영관, 공연장·체험 공간으로 변모 시도
관객 감소에 대응해 상영관을 다른 문화공간으로 재단장하는 방식의 돌파구도 모색되고 있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부터 일부 상영관을 체험형 전시 공간으로 개조했다. 월드타워점에 체험형 전시공간 '랜덤스퀘어'를 만들었고, 6월에는 합정점에 '랜덤스퀘어 갤러리'를 조성했다.
롯데시네마 신도림의 경우 극장을 체험형 연극 무대로 활용하는 '샤롯데 더 플레이' 공연이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월드타워점은 일부 상영관을 공연장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롯데컬처웍스 관계자는 "영화관이 예전처럼 영화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할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공간이 될 수 있게 하겠다"며 공간 다변화 전략을 지속할 계획을 밝혔다.
올해 폐점한 롯데시네마 상영관은 직영 1곳, 제휴 3곳 등 총 4곳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 OTT에 밀린 영화관…극장 위기는 영화산업 위기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한국 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극장 매출액은 4천79억원, 관객 수는 4천250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3.2%, 32.5% 감소했다.
팬데믹 이후 관객이 돌아오지 않는 가운데, OTT 확산과 티켓가 상승, 대작 부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박지종 대중문화평론가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시간을 예약하고, 줄을 서거나 괜찮은 좌석을 찾는 일 등을 포함한다"며 "(OTT 관람에 비해) 굉장히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는 인식이 생긴 것 같다"고 설명했다.
공간 운영에 따른 수익과 임대료 등 비용을 저울질해야 하는 극장 입장에선 손실이 나는 지점을 폐점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론 악순환의 시작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미 OTT보다 현저히 낮은 극장의 접근성을 더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박 평론가는 "영화적 체험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줄어들수록 극장에서 충분한 경험을 제공해주는 몇몇 작품들만 살아남을 것"이라며 "적당히, '팔릴 만한 작품'을 만드는 게 유리해질수록 영화의 질은 점점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