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함 벗고 환호해주세요"…라이브 OST로 보는 '해리 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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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필름 콘서트…높은 몰임감에 영화 팬들 만족
모니터 신호 따라 오케스트라 지휘…어둠 속에서도 완벽한 연주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공연장 무대 벽면에 영화가 상영되고, 무대 한가운데에선 오케스트라가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실시간으로 연주한다. 오케스트라의 실제 연주에 맞춰 영화를 감상하는 '필름 콘서트'가 클래식 공연의 새로운 유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 2019년부터 선보인 워너브라더스의 '해리 포터 인 콘서트'가 필름 콘서트의 대표적인 사례다.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첫 작품을 다룬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인 콘서트'를 시작으로, 6년간 7차례 무대를 올리며 세종문화회관을 대표하는 기획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5월 선보인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인 콘서트'는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집계한 '2025년 상반기 클래식 공연 티켓 판매액'에서 3위를 기록했다.
필름 콘서트는 실시간으로 상영되는 영화에 맞춰 수십명의 연주자들이 정확한 타이밍에 연주를 이어가야 한다. 어두운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은 어떻게 정확한 연주를 할 수 있을까. 이 같은 궁금점은 지난 2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 파트 원 인 콘서트'에서 해소할 수 있었다.
'해리 포터 인 콘서트'의 7번째 작품으로 열린 이날 공연에서 지휘를 맡은 대만 출신 중국인 지휘자 시흥 영은 영화가 시작되자 포디움 앞에 높인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모니터에는 상영 중인 영화 화면이 그대로 송출되고 있었다.
이윽고 모니터 화면 좌측에서 파란 막대가 나타나 오른쪽으로 서서히 이동하자, 시흥 영이 연주자들에게 연주를 준비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연주 중간에도 계속해서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신호 막대가 모니터에 뜬다. 시흥 영은 이 신호에 맞춰 오차 없이 지휘를 이어간다.
연주를 마치는 과정도 마찬가지다. 모니터 화면 좌측에 빨간 막대가 나타나면 연주를 마칠 시간이 됐다는 의미다. 이런 식으로 관객의 영화 관람을 조금도 방해하지 않고 완벽한 연주가 이뤄질 수 있다.
영화 상영을 위해 조명을 모두 꺼버린 어두운 공연장에서 연주자들이 악기를 다루는 방법도 흥미롭다. 연주자별로 스탠드 조명등이 따로 설치돼 있지만 통상의 클래식 공연과 비교하면 매우 열악한 연주 환경이다. 이에 연주자들은 리허설을 되풀이하면서 어둠 속에서 연주하는 방법을 완벽하게 몸에 익혔다. 눈을 감고도 연주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이처럼 완벽한 '싱크로율'의 오케스트라 연주는 다소 산만한 관람 환경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영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줬다. 공연 초반에는 악단의 연주에 반응을 보이던 관객이 중반 이후에는 영화에 완전히 몰입하는 모습이었다. 주인공의 능청스러운 연기에는 일제히 웃음을 터트리고, 영화 말미 주인공을 돕는 요정의 죽음에 객석 곳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말 그대로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로 압도적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취지가 완벽하게 구현된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지휘자와 악단원들의 연륜과 여유가 돋보였다. 공연 직전 '엄숙한 클래식 공연이라 생각 말고 마음껏 영화를 즐기라'는 시흥 영의 멘트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을 보고 들으시면서 적극적으로 반응해 주시는 여러분의 모습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실은 여러분이 뜨겁게 반응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인물이 나오면 자유롭게 큰 소리로 환호해 주시고, 익숙한 영화 속 장면들을 보면서 웃거나 야유를 보내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