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日애니 못 즐기나"…'한일령' 본격화가 두려운 中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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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문화 즐기며 자란 中젊은이들, 문화교류 위축에 우려 제기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과 일본 간 갈등 고조 속 이른바 '한일령'(限日令)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어릴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일본 문화에 친숙한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0일 지적했다.
SCMP는 일본 문화를 선호하는 중국 젊은이들이 최근 중일 갈등으로 문화 교류가 위축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 매체는 중국의 많은 젊은 세대가 성장 과정에서 일본의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영화, TV 드라마를 두루 접했다고 짚었다.
특히 일본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제작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나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작품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들 작품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을 연주하는 콘서트 또한 많은 관객을 모았다.
올해 초에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일본어 공연이 상하이에서 42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하면서 중국 극장가에서 일본 수입 영화와 만화의 개봉이 연기되는 등 문화예술 교류까지 차단되는 분위기다.
팬들 사이에서는 일본 만화 '세일러문'이 원작인 뮤지컬 순회공연의 개막 연기 가능성과 전세계적으로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일본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의 상영 철회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에 대한 보복으로 간주되는 이러한 조치들에 강력한 지지를 나타내는 중국인들도 많지만 일본 문화의 팬들은 절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중국 톈진에 거주하는 왕수(21)는 이러한 분위기가 강화된다면 중국 대중들이 자신과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팬들을 향해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면서 "여론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게임 등을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에 사는 대학생 우위에닝(21)은 "외교적 긴장이 (문화) 행사에 참석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과도한 문화적 제한은 긴장을 더 심화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문화 콘텐츠의 생산과 유통 과정에 중국인들도 기여하는 만큼 창작활동과 정치적 문제를 연관 지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상하이의 인디 게임업계에서 일하는 궈(30)는 "일본 애니 업계에서 중국인들이 많이 일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개봉되는 영화에도 모든 면에서 중국인들의 노력이 들어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