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부터 멀어져 깨어나는 生의 감각…영화 '여행과 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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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은경 주연·미야케 쇼 감독…생생한 연출·유머러스한 소동극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나는 말이라는 틀에 갇혀 있다."

    언어란 의사소통의 도구이자 사고의 한계를 규정짓는 감옥이다.

    이를테면 우리가 의사소통이 가능한 것은 누군가 '나무'라는 단어(기표)를 말할 때 누구나 머릿속에 공통된 개념(기의)을 떠올리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어느 현상이나 사물에 관해 말을 하는 순간 의미는 고정돼 버린다. 새로운 의미를 떠올리기 쉽지 않게 된다.

    각본가 '이'(심은경 분)는 말에 붙들려 있다고 느끼며 더 이상 글을 써 내려가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는다. 글을 쓰지 못해 고민하던 '이'는 눈이 하얗게 덮인 시골 마을로 여행을 떠난다.

    영화 '여행과 나날'은 슬럼프에 빠진 각본가 '이'가 여행하면서 겪은 이야기를 담았다.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2018),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2022) 등으로 주목받는 일본의 미야케 쇼 감독이 쓰게 요시하루의 만화 '해변의 서경'과 '혼야라동의 벤상'(ほんやら洞のべんさ)을 엮어 만들었다.

    작품은 극중극 형태로 전반부에 '이'가 각본을 쓴 영화를 보여주고, 후반부에는 '이'의 여행을 그렸다.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말로부터 도망쳐 여행을 떠난 '이'처럼, 영화는 대사를 줄이는 대신 섬세한 시청각적 연출로 화면을 채웠다. 여름 배경의 전반부에서는 싱그러운 초록빛·파도·빗소리가, 겨울 배경의 후반부에서는 눈 덮인 풍경과 눈 사이를 흐르는 물소리가 보는 이의 감각을 깨운다.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가운데 남녀가 파도를 거슬러 수영하는 장면은 영화의 백미 중 하나다. 영화는 그렇게 관객을 여행자의 위치에 놓음으로써 마치 여행하는 듯 낯설면서도 설레는 느낌을 불어넣는다.

    예측 불허의 스토리도 여행과 닮았다. 숙소를 예약하지 않아 곤란을 겪던 '이'는 정체불명의 여관 주인 벤조(쓰쓰미 신이치 분)를 만난다.

    '이'는 무심하고 자기 맘대로 행동하는 벤조와 우정을 나누고 그의 일탈에 뜻하지 않게 동조하게 된다. '이'와 벤조가 벌인 소동극에는 소박한 웃음을 짓게 만드는 유머가 깃들어 있다.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눈처럼 포근하게 관객을 이끈다.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영화 '여행과 나날' 속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미야케 감독의 탁월한 연출과 따뜻한 시선이 결합한 영화는 올해 열린 제78회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부문 대상인 황금 표범상을 차지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연 심은경은 일본 닛칸스포츠영화대상과 싱가포르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10일 개봉. 89분.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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