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가객' 김광석 30주기…옛 학전서 다시 울린 삶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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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석이 다시 만나기' 공연…강승원·박학기·동물원·유리상자 등 출연
"지극히 인간적인 우리들 이야기 노래…포크의 마지막 아이콘"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일어나 일어나 /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 일어나 일어나 / 봄의 새싹들처럼∼.'
'영원한 가객(歌客)' 김광석(1964∼1996)이 세상을 떠난 지 오는 6일이면 꼭 30년이 된다.
30주기 기일을 이틀 앞둔 4일 강승원, 박학기, 유리상자, 알리 등 가수들이 김광석이 생전 인연이 깊었던 옛 학전인 서울 대학로 아르코꿈밭극장에 모였다.
출연진들은 모두 무대에 올라 김광석의 '나의 노래'와 '일어나'를 한목소리로 열창했다. 마지막 무대 '일어나'에서는 노래 제목처럼 관객도 전원 기립해 박수와 떼창으로 축제처럼 화답했다.
김광석을 기리는 단체인 김광석추모사업회가 30주기를 맞아 연 '광석이 다시 만나기' 공연에서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기일이 있는 1월마다 '김광석 따라 부르기', '김광석 노래 부르기', '김광석 노래상 경연대회' 등을 열고 있다.
이날 공연에서 박학기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유리상자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강승원과 알리는 '서른 즈음에', 알리는 '먼지가 되어', 동물원은 '변해가네' 같은 김광석의 인기곡을 노래했다.
박학기는 김광석의 생전 라이브 영상과 호흡을 맞춰 주거니 받거니 듀엣으로 노래를 불러 시공간과 생과 사를 넘나드는 뭉클한 감동을 안겼다.
박학기는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부르고서 "광석이가 떠나가기 바로 몇시간 전 저와 같이 방송하고, 이 노래를 이런 구성으로 하자고 공연 약속을 한 게 마지막이었다"며 "그래서 공연 때마다 이 노래를 좀 많이 한다"고 노래에 얽힌 사연을 소개했다.
목에 하모니카를 걸고 통기타를 치며 말하듯 노래하던 김광석은 1984년 노래를찾는사람들로 데뷔해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데뷔했다. 1996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기까지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등 수많은 명곡을 남기며 '가객', '음유시인'으로 불렸다.
강산이 세 번 변할 세월이 흘렀어도 그의 노래는 여전히 TV·라디오에서 흘러나오고, 꾸준히 리메이크를 통해 생명력을 잃지 않고 있다. 뮤지션 꿈나무들은 '우리들의 발라드'나 '싱어게인' 같은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종종 김광석의 대표곡을 꺼내놓았다.
이날 공연에 출연한 가수들도 무대에 오르기 앞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김광석 음악에 깃든 생명력을 강조했다.
박학기는 "김광석의 음악은 그때그때 시류를 타는 음악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음악"이라며 "그는 영원히 국민에게 기억되고 음악으로 위로를 주는 뮤지션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김광석 공연처럼 팬층이 다양한 공연이 없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그의 음악이 해석되고 불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김광석은 생전 히트곡 '거리에서'나 '사랑했지만'의 후렴구 가사를 길게 뽑는 특유의 창법으로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유리상자의 이세준은 데뷔 전 김광석의 창법을 따라 불렀다고 회상했고, 동물원의 배영길도 과거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를 보다가 '이등병의 편지'가 흘러나오는 것을 듣고 그리움에 눈물을 뚝뚝 흘렸다고 추억했다.
동물원의 박기영은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 뒤) 저희의 무대에는 매우 큰 공허함이 30년간 생겨났다"며 "지금까지도 그 공허함이 계속되고 있다. 무대에서 공연할 때 그가 제일 많이 생각난다"고 그리움을 숨기지 않았다.
공연이 열린 아르코꿈밭극장은 김광석이 생전 1천회 이상 공연을 연 소극장 '학전'을 재단장한 곳이다. 김광석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무대가 특수효과로 무장한 대형 공연장이 아니라 아늑한 소극장이란 점은, 그가 음악을 통해 화려한 사운드보다 진솔한 삶의 감정을 이야기하려 했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학전은 김광석이라는 아티스트가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진실한 자리였다"며 "그래서 김광석의 음악은 말 그대로 '우리들의 음악'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광석의 음악은 지극히 인간적이고 장식이 전혀 없는 우리들 그대로의 이야기다. 차분히 자신을 돌아보는 노래 속 자성의 메시지가 요즘 세대에까지 어필한다고 본다"며 "그의 노래에는 가다듬어지지 않은 원초적 생명력이 있는데, 그것이 주는 감동과 공감이 사후 30년이 지나도록 꾸준히 사랑받게 한 힘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30주기 기일인 오는 6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는 경연 대회가 열린다. 강승원, 박기영, 권진원, 작곡가 김형석 등이 심사를 맡고, 대상격인 '김광석상' 수상자에게는 창작지원금 200만원과 마틴 기타 등이 주어진다.
정민재 대중음악 평론가는 "김광석은 통기타 음악의 마지막 전령이자 대중음악계에서 대학로 문화의 마지막 기수로, 포크 음악의 마지막 아이콘"이라며 "그의 노래가 지금까지 계속 리메이크돼 요즘 세대에까지 와닿는 것은 그의 노랫말이 우리 정서와 아주 밀접하게 붙어있기 때문"이라고 평했다.
김광석추모사업회는 연내 재단을 설립해 김광석 관련 추모 사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사업회 회장을 맡은 강승원은 "우리들의 2세, 3세까지 김광석의 노래가 이어질 수 있게 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