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바람' DJ로 돌아온 김창완…"약수터 물처럼 늘 흐를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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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년간 진행 '아침창' 떠나 저녁 방송으로…"갑작스러운 이별에 분리불안 겪기도"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는 제가 이렇게 불안한 사람인지 몰랐어요. 바쁘게 지내면 (라디오) 생각이 안 날 줄 알았는데, 바쁜 와중에도 더 생각이 나더라고요."
지난 23년 동안 매일 아침 청취자들의 출근길을 함께했던 김창완이 라디오 방송을 떠난 지 4개월 만에 DJ로 복귀해 반가운 목소리를 들려준다. 이제부터는 아침이 아닌 저녁 시간대 퇴근길을 함께한다.
지난 22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러브FM(103.5MHz) '6시 저녁바람 김창완입니다'(이하 '저녁바람')로 청취자들을 다시 만난 김창완은 "아직 시차 적응 중"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김창완은 29일 서울 양천구 SBS 본사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몸만 저녁 방송으로 왔지, 아직 뭐가 뭔지 전혀 모르겠다"며 "일주일이 지나면 대강 감이 잡히지 않을까 했는데 아직 오프닝도 못 쓰겠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김창완은 2000년 10월 2일부터 약 23년 4개월간 SBS 파워FM(107.7MHz)에서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이하 '아침창')를 진행했고, 지난 3월 이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그는 정든 청취자들과의 이별이 갑작스럽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김창완은 "새 프로그램의 DJ를 맡게 된다는 소식을 한 달 전에야 들었다"며 "그전까지는 갑작스러운 하차 소식에 일종의 분리불안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와 떨어진 아이들이 분리불안을 겪는다는데 어른이 돼서도 분리불안이 있을 수 있더라"며 "다시 방송을 시작하고 일주일이 지난 이제야 좀 제정신이 돌아오는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아침창'을 떠나고 지난 4개월 동안 상당히 바쁘게 지냈어요. 이것저것 하고 다니면 (허전함을) 조금 잊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바쁜 와중에도 더 생각나더라고요. 쉽사리 치유가 안 되는 상처였어요. 아직 저녁 방송에 완전히 적응하지는 못했지만, 이제야 '아 엄마가 집에 왔다' 싶은 안도감이 듭니다."
1977년 형제들로 구성된 가족 밴드 산울림의 맏형으로 데뷔한 김창완은 음악 활동을 시작한 이래 동양FM '7시의 데이트' DJ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라디오 DJ로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유의 따뜻하면서도 친근한 진행으로 청취자들 사이에서 '아저씨'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김창완은 "라디오만 47년을 진행했다"며 "제게 라디오는 동네 약수터에 흐르는 물"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혼자 등산을 갔다가 약수터에 흐르는 물을 보고 '저거 잠가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요즘은 물도 사 먹는 시대다 보니 흐르는 물이 아까울 정도로 사는 게 참 각박하다"고 운을 뗐다.
"라디오는 공짜고, 늘 흐르고 있잖아요. 누구든 와서 떠먹어도 되고, 사시사철 흐른다는 점에서 약수랑 비슷해요. 사람들이 듣거나 말거나 맑은 물을 늘 붓고 있어야 하죠."
저녁 방송으로 옮긴 후 하루의 일과가 완전히 달라졌다는 김창완은 새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아침은 무언가를 시작하는 시간이고, 저녁은 무언가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라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저녁바람'으로 오니 청취자분들과 하루를 어떻게 마무리 지어야 할까 고민하느라 아직도 오프닝 멘트가 잘 안 써지는데, 저녁이 꼭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이번에 새로 느꼈다"고 전했다.
"아침이 지나간 밤에 대한 마무리고, 저녁이 새로 하루를 여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침이든, 정오든, 저녁이든, 아무 때나 시작이 될 수 있죠. 이게 요즘 저의 시간관이고, '저녁바람'을 준비하는 저의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