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민트' 류승완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끼부리지 말자 했죠"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0 조회
- 목록
본문
"액션, 가장 순수한 영화적 형태…배우에게 '액션 할 수 있다' 독려"
여성 묘사 논란에 "지적 감사하게 받아들여"…"차기작은 '베테랑 3'"
(서울=연합뉴스) 박원희 기자 = 류승완 감독의 영화 '휴민트'는 여러모로 그의 전작 '베를린'(2012)를 떠올리게 한다.
첩보 액션 장르라는 공통 분모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휴민트')와 베를린('베를린')이라는 이국적 배경, 그 속에서 피어나는 남녀 간의 감정적 교류 등이 그렇다. 계단에서 벌어지는 액션 장면은 그의 전작 '짝패'(2006)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류 감독은 익숙함 속에서도 다른 재미를 주려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유머가 없는 '휴민트'에서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끌고 가기 위해 그는 현란한 기교 대신 인물의 감정이라는 본질에 초점을 맞췄다.
"인물들에게 집중했어요. 조금 속도가 느리지만 감정선을 천천히 쌓아 1시간 이후 정신없이 몰아붙이는, 고전적이지만 현대적인 리듬으로 해보자고 했죠."
류 감독은 20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한 인터뷰에서 "익숙함과 새로움의 균형이 저에게는 가장 큰 숙제였다"며 "촬영 감독에게도 '끼 부리지 말자'고 했다. 요즘에는 제가 그런 쪽으로 가는 것 같다"고 돌아봤다.
'휴민트'는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국정원 요원 조 과장(조인성 분)과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박정민), 북한 총영사 황치성(박해준)이 북한 식당 종업원이자 정보원 채선화(신세경)를 두고 격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휴민트'도 '베를린'처럼 남녀 간의 사랑이 나오지만, 더 직접적이고 절절한 멜로를 보여준다. 류 감독은 10여 년 전보다 이별에 관해 무겁게 느끼는 점이 작품에 반영됐을 것이라고 했다.
"'베를린'도 이별에 대한 얘기이긴 한데 지금과는 무게가 달랐던 것 같아요. 관계와 이별, 사람이 떠나갈 때 어떻게 헤어져야 하는지, 어떤 게 아름다운 이별일지 생각했죠. 그렇다 보니 감정적인 선이 이번에 다르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어요."
액션도 '베를린'에 비해 절제된 움직임을 보인다. 하지만 액션의 대가답게, 역동적인 연출은 여전히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류 감독은 배우들에게서 기대 이상의 움직임을 끌어내는 비법이 "쉴 새 없는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이라고 웃으며 공을 배우들에게 돌렸다.
"'이걸 할 수 있는 건 세상에 너밖에 없어', '네가 최고야'라고 해요. 배우들도 하고 나서 '내가 이걸 하네'라며 놀랍니다. (웃음)"
류 감독은 액션에 대한 환상이 여전하다며 변함없는 애정도 드러냈다. '휴민트' 후반부에는 대사 없이 액션을 진행하기도 했다.
그는 "액션 영화는 제게 순수한 영화적인 형태"라며 "순수한 소리와 빛으로만 이뤄져 꾸며내는 액션이 제게는 여전히 판타지다. 아이처럼 호기심이 남아 있는 영역"이라고 했다.
'휴민트'는 개봉 이후 여성에 관한 묘사를 두고 비판적인 지적도 받았다. 여성 인신매매를 소재로 한 것을 비롯해 여성에게 등급을 매기고 그들을 투명한 유리통에 가둬놓는 장면이 불편하다는 지적이다.
류 감독은 취재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꾸몄다며 이를 조심스럽게 다루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극적이거나 착취하는 시선이면 안 된다'고 스태프와 논의했고 실제 카메라도 어떤 상황인지를 보여주지만 이를 강조해서 찍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저희 의도와 상관없이 문제를 강하게 받아들이는 시선이 있으니, 이런 문제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한 제작진이 고민해봐야 한다"며 "지적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배우는 것"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자기 능력이 아닌 건강한 비판 덕분에 자신이 지금의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건강한 비판이 저에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제가 자주 하는 비유인데 '세계의 어떤 챔피언도 한 대도 맞지 않고 챔피언이 되는 경우는 없다'고 합니다. 제게 높은 기대치가 있다면 감사해야 하는 일이죠."
류 감독은 동생 류승범과 같이 작품을 찍고 싶다는 소망도 밝혔다. 류 감독의 장편 데뷔작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를 시작으로 오랜 기간 같이 작업해온 형제는 '베를린' 이후 함께한 작품이 없다.
류 감독은 "승범이가 한동안 연기를 하지 않고 떠나 있었다. '같이 하자'고 제안했는데 본인이 하지 않았다"며 "저도 제 카메라 앞에 류승범을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승범이와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있다"고 귀띔했다.
류 감독의 차기작은 '베테랑 3'이다. 그는 현재 작품을 준비하는 단계라면서도 관객들이 즐길 작품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베테랑' 속편은 1편에 대한 저의 부채감을 정리하는, 저를 위한 시리즈였어요. 3편은 다시 관객들이 즐겼던 톤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서도철('베테랑' 주인공 형사)을 다시 관객에게.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