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맞아 일제강점기 참혹한 삶 조명한 다큐 2편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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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과 '조선인 여공의 노래'…교훈과 감동 담긴 작품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제79주년 광복절(8월 15일)을 맞아 일제강점기 조선인이 겪어야 했던 참혹한 현실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두 편이 개봉한다.
관객들이 잘 몰랐던 역사적 사실을 보여줄 뿐 아니라 깊이 있는 성찰과 감동도 담고 있는 작품들이다.
광복절인 1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1923 간토대학살'은 일제강점기인 1923년 9월 1일 일본 수도권이 있는 간토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 현지 조선인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학살을 조명한다.
당시 일본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조선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거나 방화했다는 유언비어가 퍼져 집단적 분노의 표적이 되면서 무참히 학살당했다. 조선인 희생자는 6천명을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에선 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일본 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1923 간토대학살' 제작진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집한 사진과 영상, 공식 문서, 당시 외국 언론 보도, 유가족을 포함한 개인의 증언과 기록 등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학살의 진실을 추적한다. 발로 뛰면서 꼼꼼하게 사실을 취재한 노력이 돋보인다.
'봉선화' 같은 일본 시민단체들이 진상규명을 위해 벌여온 활동을 조명한 장면들도 감동적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비롯한 일본의 양심적 정치인과 지식인들의 인터뷰도 담겼다.
다큐멘터리 '베트남 전쟁, 그 후 17년'(1993)과 '세계영화기행'(1995)으로 주목받은 김태영 감독이 최규석 감독과 함께 제작했다.
배우 김의성이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내레이션했고, 가수 김현성은 배경음악에 참여했다.
'1923 간토대학살'보다 한 주 앞서 7일 개봉 예정인 다큐멘터리 '조선인 여공의 노래'는 일제강점기 일본 오사카 방적 공장에서 일했던 조선인 여성 노동자들의 고통과 애환을 조명한 작품이다.
당시 호황을 맞았던 일본 방적 산업은 노동력이 부족했고, 조선의 가난한 여성들을 모집해 일본으로 데려가 생산 현장에 투입했다. 대부분 젊었고, 10대도 많았다.
기숙사에서 살면서 일했던 이들의 노동 조건은 극히 열악했고, 일본인과의 차별도 심했다.
이들의 애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게 소나 돼지의 내장을 가리키는 일본어 '호루몬'이다. 먹을 게 없었던 조선인 여공들은 일본인이 먹지 않고 쓰레기로 버리는 호루몬을 모아 구워 먹었다.
그런 조선인들을 일본인은 '조선 돼지'라며 멸시했지만, 이들은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열악한 노동 조건과 극심한 차별에 항의하는 집단행동에 나서기도 했다.
'조선인 여공의 노래'를 연출한 이원식 감독은 2017년 오사카에서 조선인 여공의 공장 탈출을 막기 위한 철조망 지지대로 쓰였던 십자가 모양의 구조물을 우연히 발견한 것을 계기로 다큐멘터리 제작에 착수했다. 1983년 재일 조선인 작가 김찬정이 펴낸 동명의 책이 길잡이 역할을 했다.
이 영화는 조선인 여공 생존자들의 증언과 당시 사진, 기록 등을 통해 사실을 추적하면서도 부분적으로 극영화의 형식을 도입해 당시 여공들의 삶을 그려낸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2016)의 주연을 맡았던 오사카 출신의 강하나를 비롯한 재일교포 배우들이 출연한다.
당시 조선인 여공들이 불렀다는 노래도 재현해낸다. 김찬정의 책에 기록된 가사에 멜로디를 붙인 것으로,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흐르면서 깊은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