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잘 탔다"고 말하지만…LG를 강팀으로 운전한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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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출장 3위, 안타 2위, 볼넷과 타점은 1위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2차전.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LG 문보경이 친 3타점 2루타에 홈을 밟은 김현수와 홍창기가 동료들과 환호하고 있다. 2025.10.27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포스트시즌(PS) 100경기 이상을 치러도 가을 무대를 시작하는 날에는 잠을 설친다.
현역 선수 중 PS 출전 경험이 가장 많은 김현수(37·LG 트윈스)는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앞두고 떨려서 잠을 설쳤다. 오후 9시에 누웠는데 자정까지 뒤척였다"고 털어놨다.
때론 경험이 마음을 무겁게 만들기도 한다.
김현수는 두 차례 우승(2015년, 2023년)의 기쁨을 누렸지만, 그전에는 3차례 KS 패배(2007년, 2008년, 2013년)의 상처에 시달리기도 했다.
김현수는 "모르는 게 약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PS 경기에 자주 나서다 보니, 힘든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다. 모르는 게 약이지만, 이미 나는 멀리 왔다"고 웃었다.
하지만, 아는 게 힘이기도 하다.
김현수는 2007년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처음 KS 무대에 서 타율 0.238(21타수 5안타)로 고전했다.
2008년에는 KS 타율 0.048(21타수 1안타)로 무너졌다.
올해 2차전까지 치른 김현수의 KS 통산 타율은 0.263(114타수 30안타)이다.
정규시즌 통산 타율 0.312에 비하면 낮지만, 핵심 투수들과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1차전 경기. 8 대 2 LG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LG 김현수가 관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2025.10.26 [email protected]
김현수는 가을 무대에서 좌절하지 않는 법도 배웠다.
그는 "예전에는 타석에 서면 무조건 쳐야 한다고, 내가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민폐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도 있었다"고 떠올리며 "지금은 차분해졌다. 당연히 매 타석 안타를 치고 출루하면 좋겠지만, 상대 투수가 공 하나를 더 던지게 하는 것도 큰 경기에서는 팀에 도움이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또한 PS에서는 내가 4번의 기회 중 한 번만 살려도 우리 팀이 상대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고 밝혔다.
김현수는 매 타석 출루를 노리고 타석에 서지만, 범타로 물러난 뒤에도 좌절하지 않고 다음 기회를 기다린다.
한화 이글스와 맞붙은 올해 KS에서는 더 자주 기회를 살리고 있다.
김현수는 26일 1차전 1회말 1사 2, 3루에서 2루수 앞 땅볼로 이번 시리즈 첫 타점을 올렸다. 1차전 결승타이기도 했다.
4회와 5회 연속해서 볼넷을 얻은 김현수는 6회 2사 1, 2루에서는 좌전 적시타로 타점을 추가했다.
27일 2차전에서도 김현수는 2회 선두 타자로 등장해 친구인 한화 선발 류현진의 시속 145㎞ 직구를 공략해 중전 안타를 쳤다.
1회에 삼자범퇴로 물러났던 LG는 2회 김현수의 안타를 시작으로 5안타를 몰아쳐 5점을 뽑았다.
4회에는 왼손 불펜 김범수를 상대로 볼넷을 얻었다.
김현수의 올해 KS 1, 2차전 성적은 5타수 2안타 3볼넷, 2타점 2득점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한화 이글스 대 LG 트윈스 1차전 경기. 6회 말 투아웃 1, 2루 상황 LG 김현수가 1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있다. 2025.10.26 [email protected]
PS 통산 기록도 쌓였다.
김현수는 PS 103경기(역대 3위)에 출전해 98안타(2위)를 쳤고 49개의 볼넷(1위)을 얻었다.
타점 2개를 추가해 57타점으로 이 부문 최다 기록을 다시 경신했다. 2위는 43타점을 올린 최정(SSG 랜더스)이다.
득점은 46개로 역대 3위다.
김현수는 "어린 시절에는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좋은 선배를 만났고, 지금은 좋은 후배들과 함께 뛴다"며 "버스를 잘 탄 덕에 PS 통산 기록 상위권에 올라 있다"고 동료들에게 공을 돌렸다.
하지만, 김현수는 두산 시절 세대교체의 주역으로 등장해 양의지, 민병헌, 허경민, 박건우, 정수빈 등 또래들과 팀 컬러를 바꿨다.
LG에서는 '훈련 분위기'를 조성하며 후배들의 도약을 이끌었다.
김현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2년(2016∼2017년)을 뛴 뒤, 2018년 LG 유니폼을 입었다. LG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7시즌 연속 PS 무대에 올랐다.
김현수는 "지금 LG의 KS 엔트리에 젊은 선수들이 많다"며 "내가 큰 경기를 치르면서 시야가 넓어진 것처럼, 우리 후배들도 KS를 치르면서 성장할 것이다. 이렇게 LG는 강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버스를 잘 탔다"고 했지만, 소속팀을 강팀으로 이끈 운전사가 바로 김현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