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머나먼 축구종합센터…"시설 끝내주는데 천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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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해서 2시간 걸려…대중교통도 마땅치 않아
(천안=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시설이 엄청나게 좋아 보이는데…, 너무 머네요."
태극전사들이 한국축구의 새 요람인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처음 지켜본 팬들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11일 축구종합센터의 메인 스타디움에서 11월 소집 이틀째 훈련을 소화했다.
이날 훈련은 팬들과 함께하는 '오픈 트레이닝'으로 치러졌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스폰서 회사와 손잡고 비정기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다. 보통 국내에서 치르는 평가전을 앞둔 훈련 중 한 번은 오픈 트레이닝으로 열린다.
훈련 시작 한 시간여 전부터 메인 스타디움 근처는 축구팬들로 북적였다.
팬들은 막 개장한 축구종합센터의 최신식 시설에 눈을 반짝였다.
4천석 관중석을 갖춘 메인 스타디움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연령별 대회를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며, 센터 내 전체 축구 그라운드는 11면(천연 6·인조 5)이나 된다.
(천안=연합뉴스) 김준범 기자 = 10일 오후 충남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의 모습. 면적 47만8천㎡에 그라운드 11면, 대표팀 숙소 82실, 8개 회의실과 최신식 피트니스 시설 등을 갖춘 축구종합센터에서는 앞으로 엘리트 유소년 육성과 A대표팀 훈련, 축구협회 행정이 모두 이뤄진다. 2025.11.10 [email protected]
20대 여성 팬 박모씨는 "오빠(선수)들이 이렇게 좋은 시설에서 훈련하면 경기력이 더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곳에서 한국 축구가 더 강해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축구 선진국인 독일에서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된 경험이 있는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묀헨글라트바흐)는 축구종합센터가 독일의 대표팀 훈련 시설보다 외려 나은 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잔디 퀄리티가 상당히 좋다.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다. 사실 내가 경험한 독일의 시설은 잔디 상태가 안 좋은 그라운드도 있어서 좋은 곳과 안 좋은 곳에서 번갈아 가면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시설의 수준에는 모두가 합격점을 주는 축구종합센터다. 그런데 '입지'가 문제다.
대표팀이 이전에 훈련장으로 썼던 파주 NFC, 그리고 이후 축구종합센터가 개장하기 전까지 대표팀이 자주 이용한 고양종합운동장은 서울에서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었고, 대중교통편도 여럿 있었다.
(천안=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축구대표 손흥민이 11일 충남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에서 진행된 오픈 트레이닝에서 미소를 보이고 있다. 2025.11.11 [email protected]
그런데 축구종합센터는 서울에서 운전해서 가면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나 걸린다.
대중교통도 마땅치 않다.
KTX가 정차하는 천안아산역이나 지하철 1호선 성환역에서 택시를 타야 한다.
택시비로 천안아산역에선 3만6천원 정도, 성환역에선 1만5천원 정도가 깨진다.
연차를 내고 왔다는 30대 직장인 남성 팬 이모씨는 "오픈 트레이닝에 온 게 이번이 3번째다. 이곳이 참 좋기는 한데 너무 멀다. 이젠 오픈 트레이닝 안 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축구협회와 후원사는 320여명의 팬을 초대했는데, 그중 30여명이 '노쇼' 했다.
행사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오픈 트레이닝을 했을 때보다 안 온 분들이 좀 많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내부에서도 축구종합센터의 입지는 골칫거리다.
여전히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직원들은 천안에 새 터를 잡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축구협회는 직원들이 축구종합센터로 매일 출근하는 걸 '기본'으로 하고, 서울에서 업무를 봐야 하는 등 특별한 상황엔 송파구 올림픽공원 테니스경기장에 마련한 사무공간으로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천안=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11일 충남 천안 대한민국축구종합센터에서 진행된 오픈트레이닝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2025.11.11 [email protected]
그런데 매일 출근하는 직원은 전체 120여명 중 70명 안팎에 불과하다.
한 직원은 이에 대해 "출장 등 여러 핑계로 최대한 천안에 안 가려고 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축구협회 노조는 사측이 직원들의 이주 방안을 제대로 마련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일터를 옮겼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축구협회 노동조합과 사측은 이전과 관련해 협상을 벌였으나, 결국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지노위에서는 축구협회가 직원들에게 1~2년 차에 50만원, 3년 차에는 4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기본급을 1% 인상하라는 조정안을 내놨다.
노조는 이 조정안을 받아들이기로 했으나 축구협회가 거부해 협상을 다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