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3연전 향방은…기선 제압 울산 vs 체력 아낀 광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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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판곤 울산 감독 "지배·통제하는 축구 성공적", 정우영 "좋은 샘플 됐다"
이정효 광주 감독 "주말에 나설 선수들, 관중석에서 다 지켜봤을 것"
(광주=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프로축구 울산 HD와 광주FC는 운명의 3연전을 치르고 있다.
21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준결승 1차전을 시작으로 25일엔 광주에서 K리그1 28라운드 경기, 28일엔 울산으로 장소를 옮겨 코리아컵 2차전에서 세 차례 연달아 맞붙는 일정이다.
3연전 특성상 첫 맞대결의 결과와 기세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기선제압은 울산이 했다.
울산은 광주를 상대로 최근 4연패를 당해 자존심을 구겼으나 이날 원정에서 1-0으로 승리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김판곤 감독이 부임한 뒤 처음 치른 광주전에서 곧바로 연패를 끊었다는 점에서 침체했던 선수단 분위기가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정말 훈련이 잘된 팀을 상대로 우리가 90분 내내 지배하고 통제하는 축구를 하기는 힘들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총평했다.
골키퍼와 수비진, 미드필더를 거쳐 공격진까지 약속된 플레이로 유기적인 공격을 전개하는 '잘 훈련된 팀' 광주를 상대로 '지배하고 통제하는' 울산의 축구를 잘 펼쳤다는 것이다.
"계획대로 상대의 수비 실수를 유발했다"는 김 감독의 말처럼, 울산은 경기 내내 적극적으로 광주를 압박했다.
지켜보는 광주 팬들은 최후방에서의 불안한 공 처리에 연신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
실제 전반 10분 고승범이 유도한 골키퍼와의 일대일 찬스와, 후반 10분 나온 야고의 결승 골 등 울산이 절호의 골 찬스를 맞은 장면은 대부분 울산의 적극적인 최전방 압박으로 인한 광주의 수비 불안에서 비롯됐다.
울산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압박엔 압박이라는 김판곤의 '광주 공략법'이 어느 정도 먹혀들었다고 본다.
김판곤 감독은 "좋은 감독은 스쿼드가 바뀌어도 자기 색깔을 낸다는 점에서 이정효 감독을 높이 평가한다. 주전-비주전의 경기력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이정효의 광주를 칭찬하면서도 울산이 지배와 통제에 성공했다고 자평했다.
조금 바꿔 생각해보면, 정호연, 가브리엘, 이건희, 이희균 등 핵심 멤버들이 모두 명단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스쿼드에 상관 없이 일정한 경기력을 선보이는 광주의 조직력과 유기적인 플레이 자체를 공략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읽힌다.
광주 골키퍼 노희동의 패스를 끊어내 야고의 결승 골을 도와 울산 이적 후 첫 공격포인트를 기록한 정우영 역시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좋은 샘플이 됐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상대 멤버가 어떻든 좋은 경기력으로 3연전의 첫발을 잘 뗐다"며 "광주의 후방 빌드업에 강한 전방 압박으로 대응했고 득점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는 누가 나오든 비슷한 축구를 하는 것 같다"며 "우리에게 좋은 공부, 좋은 샘플이 됐다"고 덧붙였다.
광주는 경기는 졌지만 수확도 있다.
이정효 감독이 아쉬움과 뿌듯함을 동시에 드러낸 이유다.
이정효 감독은 이날 베스트 멤버들을 모두 제외하고도 전반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고, 결국 0-1로 아깝게 졌다.
후반 10분 야고에게 결승 골을 내준 뒤 경기 중후반부에는 문민서, 오후성 등을 중심으로 울산 골문에 파상공세를 퍼부어 울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후반 추가 시간에는 문민서의 슈팅이 골망을 흔들었으나 간발의 차로 오프사이드로 판정된 게 아쉬울 뿐이었다.
이정효 감독은 "2%를 넘지 못해 아쉽다"면서도 "오늘 뛴 선수들도 주전 선수들이다. 선수들이 내게 답을 줬다"고 미소 지었다.
출전 기회가 적었던 선수들이 광주의 전술을 충분히 이해하고 경기장에서 수행해냈다는 칭찬이었다.
김판곤 체제 울산과 마주한 건 처음이었던 이정효 감독이 김판곤 감독의 패를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게다가 광주는 에이스들에게 충분히 휴식을 줘 체력을 아꼈다. 반면 울산은 주전급 선수들이 대부분 출전했다.
스쿼드에 상관없이 일정한 경기력을 내는 이정효 감독의 광주라고는 하지만, 핵심 정호연과 가브리엘이 나선다면 경기력이 훨씬 올라갈 걸로 기대된다.
K리그1 출전 경험이 없던 탓에 잔뜩 긴장했던 골키퍼 노희동 대신 김경민도 다시 골키퍼 장갑을 끼고 후방에서 안정적으로 뒷받침할 걸로 보인다.
울산을 상대로 4연승을 하며 6골을 넣는 동안 실점은 단 한 골에 불과했던 광주는 25일 리그 경기를 벼르고 있다.
이정효 감독은 "일요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도 (코리아컵 준결승전 1차전을) 관중석에서 다 지켜봤을 거다. 기대된다"며 눈빛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