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꽈배기 투수'…메이저리그 229승 루이스 티안트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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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타자를 등진 채 와인드업하는 '꽈배기 스타일' 투구 자세로 1970년대 미국프로야구(MLB)를 주름잡은 쿠바 출신 우완투수 루이스 티안트(Luis Tiant)가 8일 오전(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고 보스턴 레드삭스가 엑스(X·옛 트위터)에 밝혔다. 별세 장소와 사인은 공개하지 않았다. 향년 84세.
1940년 11월23일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난 고인의 부친도 쿠바 프로리그와 미국 흑인 리그에서 활약한 좌완 투수였다. 티안트는 멕시코 리그를 거쳐 1964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현 가디언스) 투수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1982년까지 19시즌 동안 보스턴 레드삭스(1971∼1978년) 등 6개 팀에서 활약했다. 통산 573경기에서 3천486.1이닝을 던져 229승(172패), 방어율 3.30, 2천416 탈삼진 기록을 남겼다. 4번의 '20승 시즌'을 만들어냈다. 229승은 쿠바 출신 메이저리거 중 최다승이다. 올스타로는 3번 뽑혔다. 리그 방어율 1위에는 2번(1968, 1972년) 올랐다.
1968년 인디언스에선 21승9패, 방어율 1.60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 1.60은 아메리칸리그 최저였다. 문제는 1968년이 데니 맥레인이 31승을 거두고, 밥 깁슨이 방어율 1.12를 찍은 '투수의 해'였다는 것.
1969년부터 하락세를 보여 "끝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972년 레드삭스에서 우연한 기회에 불펜 대기조에 포함되며 기회를 잡았다. 이때부터 공을 던지기 전 몸을 돌려 중견수를 바라보는 것으로 시작하는 '꽈배기 스타일' 투구폼에 각종 변화구와 직구를 섞어가며 타자들을 농락했다. '꽈배기 스타일'은 한국 팬에게는 일본인 메이저리거 노모 히데오(野茂英雄)나 구대성의 투구폼으로도 익숙하다.
최고의 순간은 1975년 신시내티 레즈의 우승(4승3패)으로 끝난 월드시리즈였다. 티안트는 1, 4차전에서 2승을 거둔 데 이어 6차전 선발로 나와 7이닝을 던지며 레드삭스의 12이닝 7-6 승리에 기여했다. 그해 티안트는 또 다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쿠바에 있던 티안트의 부모가 피델 카스트로(1926∼2016)의 특별 허가로 미국 방문과 체류를 인정받은 것. 1975년 8월26일 펜웨이파크에서 아들의 선발 등판 전 시구를 한 티안트의 부친은 15개월 후 미국에서 눈을 감았다.
은퇴 후 티안트는 멕시코에서 뉴욕 양키스의 스카우터로 활동했다. LA 다저스 순회코치로 있던 1991년 가을에는 삼성 라이온즈의 초청으로 경북 경산에 2군 캠프에서 한달간 머물며 선수들에게 투구폼을 가르친 적도 있다.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헌액 후보로 여러 차례 올랐지만 결국 실패했다. 1997년 레드삭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야구 성적 외에도 '팔(八)자' 모양 콧수염에 커다란 시가 담배를 즐기는 것으로도 화제를 뿌렸다. 뉴욕타임스(NYT)는 "타자들을 당황하게 했지만 팬들은 즐겁게 만든" 투수였다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