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 출신 빅리거 부저, 역경 극복의 상징 '토니 C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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숱한 부상과 교통사고 이겨내고 올해 빅리그 데뷔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야구선수의 꿈을 접고 건설업자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던 캠 부저(32·보스턴 레드삭스)는 천장 방음공사를 하면서도 머리에서 야구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낮에는 목수로, 밤에는 개인 교습을 받으며 재도전을 택한 그는 올해 꿈에 그리던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운드를 처음 밟는 데 성공했다.
보스턴 구단은 26일(한국시간) 역경을 극복하고 정신력과 결단력, 용기를 보여준 선수에게 주는 토니 코니글리아로(토니 C)상 올해 수상자로 왼손 투수 부저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미네소타 트윈스와 미지명 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은 부저는 프로 유니폼을 입기까지 숱한 역경을 겪었다.
대퇴골절, 척추골절, 팔꿈치 인대접합(토미 존) 수술을 거쳤던 그는 프로에 온 뒤에도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연골 파열, 교통사고로 인한 엉치뼈 골절이 그를 덮쳤고, 2017년에는 대마초 양성 반응이 나와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결국 은퇴했던 그는 목수 노조에 가입해 건설업자로 일하다가 2020년 다시 투구를 시작했다.
2021년 독립 리그를 거쳐 2022년에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했고, 지난해 보스턴과 계약해 트리플A까지 경험했다.
그리고 올해 보스턴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 중간 계투로 활약하며 43경기 42⅔이닝 2승 3패, 43탈삼진, 평균자책점 3.38을 남겼다.
부저는 "토니 코니글리아로와 함께 거론된다는 것 자체로 영광이며 겸손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부저가 받은 토니 코니글리아로상의 역대 수상자를 살펴보면 인간승리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 1회 수상자인 짐 아이젠라이크는 틱장애가 특징인 투레트 증후군을 극복했고, 태어날 때부터 오른손이 없었던 짐 애벗은 1992년 이 상을 받았다.
2007년 존 레스터(비호지킨 림프종), 2012년 R.A. 디키(선천성 팔꿈치 인대 결손), 2019년 리치 힐(둘째 아들 사망), 2023년 리암 헨드릭스(비호지킨 림프종)도 토니 코니글리아로상을 거쳐 간 인물이다.
상의 유래가 된 토니 코니글리아로는 극적인 삶을 살다 떠난 선수다.
1964년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MLB에 데뷔해 첫 타석부터 홈런을 때린 전도유망한 선수였던 그는 2년 차인 1965년에는 32홈런으로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그러나 1967년 상대 투수의 투구에 왼쪽 얼굴을 직격당해 시력이 저하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이 부상으로 1년을 쉰 코니글리아로는 복귀 후 2년째인 1970년 36홈런을 때려 재기에 성공했으나 사구 여파로 인한 시력 저하로 일찍 유니폼을 벗었다.
코니글리아로는 1982년 심장발작으로 쓰려져 8년 동안 투병하다가 1990년 45세를 일기로 숨졌다.
보스턴 구단과 코니글리아로의 가족은 그가 세상을 떠난 1990년부터 역경을 극복한 선수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