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최다득점 김정은이 김정은에게 건넨 위로 "참 고생했다"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38 조회
- 목록
본문
파란만장 농구인생…"괴로웠는데…나도 모르게 농구를 사랑했어요"
(서울=연합뉴스) 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부천 하나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 하나은행 김정은이 WKBL 통산 8천141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뒤 기념 촬영하고 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천139점을 넣었던 김정은은 통산 571번째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의 8천140점이다. 2024.12.2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부천=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여자프로농구 역대 최다 득점자로 우뚝 선 부천 하나은행의 베테랑 김정은(37)이 파란만장한 농구 인생을 견뎌온 스스로를 "참 고생했다"며 토닥였다.
김정은은 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용인 삼성생명과의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WKBL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새로 썼다.
김정은은 경기 시작 25초 만에 득점해 통산 8천141점을 기록했다.
그는 직접 공을 몰고 페인트존으로 들어가 슛을 쐈고, 김정은의 손끝을 떠난 공은 백보드에 맞은 뒤 림 주변에서 살짝 머물다가 그물을 통과했다.
김정은은 통산 571번째 경기에서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의 8천140점을 넘어 역대 최다 득점자로 이름을 올렸다.
김정은은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참 오래 걸렸다"며 감회에 젖었다.
2006년 신세계 쿨캣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정은은 "스스로에게 굉장히 엄격한 편이고, 별로 만족도 못 하는 스타일인데, 경기 뒤 씻으면서 '김정은, 참 고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7천점에서 8천점으로 향하는 길목이 가장 애틋했다고 돌아봤다.
"영혼까지 짜낸 느낌"이라는 김정은은 "워낙 부상 이슈가 많았다. 병원에서도 더 못 뛴다고 해서 좌절도 했다"며 "'이것만 하면 은퇴해야지'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
김정은의 오른쪽 무릎은 늘 두꺼운 테이핑으로 칭칭 감겨 있다.
김정은이 바라본 농구선수 김정은은 '농구를 잘하는 선수'는 아니다.
하지만 누구보다 깊었던 굴곡을 잘 버텨온 선수다. 그게 WKBL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밑바탕이 됐다고 자평했다.
김정은은 "해체도 겪어봤고, 하나은행 프랜차이즈였다가 쫓겨나듯 (우리은행으로 이적도) 해봤고, 부상도 워낙 많았고, 처음으로 올라간 챔피언결정전도 사기극으로 끝나 버렸다"며 파란만장한 농구 인생을 걸어왔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농구에 대한 사랑이 고난과 역경을 버텨낸 비결이라고 했다.
"농구 때문에 정말 괴로웠어요. '왜 이것밖에 안 될까?'라며 스스로 힘들어했는데, 나도 모르게 농구에 진심이고, 사랑했던 것 같아요."
이날 8점을 기록하며 통산 8천147점을 쌓은 김정은은 역대 최초 1만득점에 도전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자 단칼에 "아니요"라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2일 경기도 부천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WKBL) 정규리그 부천 하나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경기. 하나은행 김정은이 득점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 득점으로 WKBL 통산 8천141점을 기록하며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웠다.
이날 경기 전까지 통산 8천139점을 넣었던 김정은은 통산 571번째 경기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은 정선민 전 여자 대표팀 감독의 8천140점이다. 2024.12.2 [WKBL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mail protected]
10년 전 메모장에 적어 놓은 '1만득점, 최우수선수(MVP), 챔피언결정전 우승' 3가지 목표를 다시 꺼내 봤다는 김정은은 "매일 지면서 괴로워하던 시기의 고뇌가 다 적혀 있더라"라며 "꼭 역대 최초로 1만득점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1만점이 아니어도 괜찮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이라고 미소 지었다.
2017-2018시즌부터 여섯 시즌을 아산 우리은행에서 보내고 지난 시즌 하나은행에 복귀한 김정은은 "친정팀에 돌아와 대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굉장히 뜻깊다"며 "나는 대단한 선수도 아닌데 WKBL에서 이벤트도 준비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6천득점, 7천득점, 8천득점에 이어 최다 득점 신기록까지 모두 삼성생명을 상대로 작성한 김정은은 "의식한 건 아니고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다. 정말 신기하긴 하다"고 웃었다.
김정은은 선배들이 개척한 여자농구의 길을 한발짝씩 열심히 따라갔다며 자신을 바라보고 성장할 후배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던졌다.
김정은은 MVP와 우승이 아닌 정선민, 전주원, 박정은, 변연하 등 레전드들과 함께 코트를 누빈 게 가장 큰 자부심이라고 했다.
김정은은 "그때 농구를 정말 잘하는 언니들, 기라성같은 선배 밑에서 농구를 했다. 지금은 그런 경험을 한 선수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며 "대표팀에 가면 언니들의 모든 걸 배우고 닮고 싶었다. 정말 좋은 영향을 준 언니들이었다"고 눈빛을 반짝였다.
이어 "언니들이 정말 잘 닦아 놓은 덕분에 나도 좋은 환경에서 농구를 하고 좋은 대우를 받았다는 걸 나이가 드니 깨닫기 시작했다"며 "후배 선수들도 윗대에서 다져 놓은 걸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나도 그런 영향을 주는 선배였을까 돌아보게 됐다"는 김정은은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열심히 해야 한다. 치열하게 분발했으면 좋겠다"며 "나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코트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자기 자신과 후배들에게 목소리를 냈다.
이날 하나은행은 경기 내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고 홈에서 삼성생명에 19점 차로 대패했다.
"프로 20년 차인데, 이렇게 경기하면 아직도 괴로워요. 축하해주시겠다고 많은 분이 오셨는데, 경기력이 너무 엉망이어서 팬들께 죄송합니다."
역대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운 김정은이지만 마음껏 웃지는 못한 김정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