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 찾은 김하성…'코리안 빅리거' 야수 4총사 본격 시동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하성(29·탬파베이 레이스)이 기나긴 협상 끝에 보금자리를 찾으면서, 2025시즌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활약할 코리안 빅리거의 거취도 거의 결정됐다.

ESPN은 30일(한국시간) 탬파베이가 김하성과 2년 총액 2천900만달러(약 420억원)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MLB 최정상급 내야수로 활약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 나오면 총액 1억달러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은 김하성은 지난 시즌 막판 오른쪽 어깨를 다쳤다.

복귀 예상 시점은 올해 5월이며, 이 때문에 당초 기대했던 장기 계약이 어려워졌다.

김하성이 탬파베이와 계약에 2025시즌 종료 후 옵트아웃 조항을 포함한 것은 이번 FA 계약이 'FA 재수'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걸 암시한다.

김하성은 올 시즌 복귀 이후에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면 시즌 종료 후 다시 FA 시장에서 거액의 계약을 노릴 수 있다.

설령 올해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몸과 기량을 추스른 뒤 내년 시즌까지 마치고 FA 시장에 나간다고 해도 나이가 30대 초반에 불과하다.

탬파베이는 2024년 팀 총연봉이 MLB 전체 30개 구단 가운데 28위에 불과한 '스몰 마켓' 구단이다.

김하성이 올해 수령할 연봉 1천300만달러는 팀 내 최고액이다.

당초 탬파베이는 김하성의 예상 행선지로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팀이다.

MLB트레이드루머스에 따르면 김하성의 2년 총액 2천900만달러는 탬파베이 구단 역사상 야수 FA 최고액이다.

미국에서는 미성년자 성적 착취와 인신매매 협의로 MLB에서 사실상 퇴출당한 완데르 프랑코(23)의 '나비효과'로 김하성이 탬파베이 유니폼을 입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프랑코는 2021년 MLB에 데뷔해 엄청난 잠재력을 보여줘 그해 11월 탬파베이와 12년 최대 2억2천300만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프랑코의 범죄 사실이 드러나며 MLB 사무국으로부터 무기한 행정 휴직 처분을 받고, 탬파베이도 제한 선수 명단에 그를 올려 급여 지출을 막았다.

유격수가 약점인 탬파베이는 김하성으로 그 자리를 채우더라도 프랑코에게 지급할 예정이던 연봉을 고려하면 남는 장사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김하성이 일찍 복귀해서 예전처럼 활약해 올 시즌이 끝나고 옵트아웃을 선언하고, 탬파베이는 퀄리파잉 오퍼를 제안한 뒤 (김하성이 이를 수락하지 않아 다른 팀으로 이적하면) 드래프트 지명권을 받는 게 서로에게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짚었다.

김하성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를 남기려면 예정대로 5월에 복귀해 유격수 자리에서 MLB 최고 수준 수비를 보여줘야 한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올해가 MLB 데뷔 시즌이라는 각오로 국내 훈련을 마치고 지난 13일 출국했다.

2024시즌을 앞두고 샌프란시스코와 6년 총액 1억1천300만달러의 대형 계약을 체결한 이정후는 팀 붙박이 1번 타자로 시즌을 출발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13일 신시내티 레즈와 홈경기에서 수비 도중 펜스와 강하게 충돌해 왼쪽 어깨를 다쳐 수술대에 올랐다.

KBO리그에서 '대를 이은 타격 천재' 소리를 들었던 이정후의 빅리그 데뷔 시즌 성적은 타율 0.262, 38안타, 2홈런, 8타점, 2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641이었다.

지난해 말 한국에 돌아온 뒤 외부 활동을 자제한 채 훈련에만 매진했던 이정후는 완벽하게 회복한 몸으로 다시 미국에 돌아갔다.

1년 사이, 이정후를 둘러싼 팀 내 환경은 많이 달라졌다.

이정후를 영입하는 데 큰 역할을 한 파르한 자이디 사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구단 레전드 출신인 버스터 포지가 들어갔다.

연봉을 고려하면 올 시즌 역시 주전 중견수와 1번 타자 출전이 유력하지만, 이제는 MLB 2년 차를 맞이하는 만큼 실적으로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김혜성(25·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스타 군단' 다저스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프링캠프부터 전력으로 질주해야 한다.

다저스는 김혜성을 영입한 뒤 트레이드를 통해 로스터를 정리해 적어도 김혜성에게 백업 선수 역할을 기대하는 건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지난해 다저스 2루를 지켰던 개빈 럭스가 신시내티 레즈로 떠났지만, 여전히 팀에는 토미 에드먼과 무키 베츠, 크리스 테일러, 미겔 로하스 등 2루수를 볼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김혜성이 스프링캠프에서 주전 2루수를 따내는 것이며, 그게 안 되더라도 외야수로 뛸 수 있다는 걸 입증해 내야와 외야 전 포지션을 오가는 '슈퍼 유틸리티'로 인정받아야 개막전을 MLB에서 맞이할 수 있다.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다저스는 이번 겨울 김혜성을 비롯해 사사키 로키, 블레이크 스넬, 마이클 콘포토, 커비 예이츠 등 정상급 선수를 포지션별로 영입해 2연속 우승에 도전장을 냈다.

여기에 MLB를 대표하는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올 시즌부터 투타 겸업을 재개한다.

김혜성이 주전 자리를 따낸다면, 전력과 화제성 모두 MLB 최고인 다저스에서 주가를 한껏 높일 수 있다.

또한 2017년 넥센(현 키움) 히어로즈 입단 동기인 이정후와는 지구 라이벌전을 벌이게 됐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를 대표하는 명문 구단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MLB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라이벌 의식을 드러내는 팀이다.

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는 6월 14∼16일(다저스타디움), 7월 12∼14일(오라클파크), 9월 19∼22일(다저스타디움)까지 올 시즌 총 10차례 맞대결한다.

한국에서 '절친'이었던 김혜성과 이정후가 미국에서 벌이는 라이벌전은 야구팬에게 즐거움을 더해줄 것으로 보인다.

배지환(25·피츠버그 파이리츠)은 치열한 생존 경쟁을 앞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더 보여줄 것 없는 성적을 남긴 배지환은 MLB 무대에서는 완전히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지난해 배지환은 MLB 29경기에서 타율 0.189, 5타점, 5도루, 11득점을 남겼다.

올해 개막을 MLB에서 맞이하려면 다음달 13일부터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서 시작하는 팀 스프링캠프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최지만(33)은 지난해 뉴욕 메츠에서 방출된 이후 거취가 불분명하고, 박효준(28)은 병무청의 병역의무 기피자로 고발돼 미국에서 야구 선수로 뛸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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