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무릎으로 타구 잡은 이정후…해설자 "10년짜리 호수비" 극찬(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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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전노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도 "저런 건 처음 본다" 감탄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말처럼,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글러브가 없으면 무릎으로도 공을 잡는다.
이정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전에서 진기명기에 가까운 호수비를 펼쳤다.
이날 1번 타자 중견수로 출전한 이정후는 4회초 탬파베이 얀디 디아스가 외야 우중간 깊숙한 곳으로 타구를 날리자 쫓아갔다.
오라클파크 우중간 외야에는 다른 구장과 비교해 더 깊숙한 공간이 있어 수비하는 외야수는 더 넓은 범위를 수비해야 한다.
워낙 3루타가 많이 나와서 '3루타 골목'이라는 의미의 '트리플스 앨리'(Triples Alley)라는 별칭도 있다.
이정후는 미끄러져 넘어지며 글러브를 갖다 댔지만, 한 번에 잡지 못하고 타구가 빠져나왔다.
공이 다리를 타고 내려가자 그는 반사적으로 양 무릎을 오므려 마치 암탉이 알을 품는 것처럼 공을 잡는 데 성공했다.
이정후는 무릎 사이에서 공을 꺼내 높이 들어 보였고, 함께 달려왔던 우익수 드루 길버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MLB닷컴은 이 장면을 두고 이정후의 이름을 '정후니(Knee·무릎)'로 바꿔 불렀다.
샌프란시스코 해설자들도 이정후의 수비에 감탄했다.
마이크 크루코는 이정후가 아웃을 잡은 순간 "무릎으로 잡았다"고 소리쳤고, 듀에인 쿠이퍼는 "누가 뭐래도 10년짜리 수비다. 하루, 한 주, 한 달, 한 시즌에 한 번 나오는 게 아니라 10년에 한 번 나올 만한 수비"라고 감탄했다.
경기 후 이정후는 미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바람이 꽤 강하게 불었고, 공이 많이 뻗어서 슬라이딩했다"며 "공을 잡긴 했는데 가슴 쪽부터 몸 아래로 흘렀다. 확실히 특이하게 잡은 것 같다"며 복기했다.
이정후는 묘기를 보여준 뒤에도 덤덤했지만, 이 장면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우익수 길버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정말 대단한 수비였다. 승리라는 걸 아는 선수가 보여준, 승리를 부르는 플레이였다"고 말했다.
타자였던 디아스도 "200% 2루타라고 생각했는데, 이정후가 공을 잡는 불운을 겪었다. 저런 플레이를 한 선수는 그가 유일할 것"이라고 인정했다.
1985년부터 빅리그에서 뛰었고 2003년부터 감독 지휘봉을 잡은 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감독은 "처음에는 그저 넘어진 줄 알았다. 발목을 다쳤을까 봐 걱정했고,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없었다"며 "이후에 무릎으로 공을 잡았다는 걸 알았다. 저런 건 처음 본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정후의 놀라운 '서커스 수비'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선발 로건 웹은 7이닝 무실점으로 버텼고, 샌프란시스코는 7-1로 승리해 7연패에서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