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에·폐광에' 파크골프장 열풍…'복지 확대' vs '환경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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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건설에 운영 갈등, 환경 훼손, 졸속 추진 등 부작용 속출
"양적 팽창보다 질적 관리 시급…환경과 공존할 수 있는 지침 마련 절실"
(전국종합=연합뉴스) 전국적으로 파크골프장 건설 열풍이 계속되고 있다.
고령층 인구 급증과 여가 복지 수요에 발맞춘 조치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무분별한 건설에 따른 환경 훼손, 졸속 추진, 운영 갈등이 불거지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부 지자체는 '치적 쌓기' 성격이 짙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노년층 복지·지역 경제 활성화 내세우며 앞다퉈 조성
파크골프는 작은 공과 채를 이용하는 생활 체육으로, 접근성이 좋고 비용 부담이 적어 고령층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국 동호인은 수십만 명에 이르며, 협회에 등록하지 않은 일반 동호인까지 합하면 파크골프 인구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수요에 힘입어 전국 지자체들은 경쟁적으로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파크골프장 수는 상반기 기준 400여 곳에 달해 최근 5년 새 2배 이상 크게 늘어나고 있다.
경북에서는 현재 71곳, 1천54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이 운영 중이며 올해만 8곳이 새로 문을 열었다.
협회 회원 수만 2만여명이며, 회원 가입 없이 파크골프를 즐기는 동호인을 합하면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추석 연휴 기간에는 '왜 파크골프장 문을 열지 않느냐'는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경남도 18개 시·군 가운데 14개 지자체가 총 74곳, 1천366홀을 운영 중이다.
진주(12곳), 거창·합천(각 9곳), 창원(8곳)뿐 아니라 산청·하동·통영 등에도 파크골프장이 빠르게 확산 중이다.
수도권에서도 파크골프장 확충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인천시는 올해 4곳을 추가해 총 8곳으로 늘리고, 약 114억원을 들여 72홀 규모의 매립지 파크골프장을 추진 중이다.
경기 의정부시는 내년 6월 부용터널 상부에 18홀 규모를, 가평군은 하천변에 18홀짜리 파크골프장을 각각 개장할 예정이다.
정부가 올해 초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파크골프장 설치를 허용하면서 추진 속도가 붙었다.
부산은 현재 17곳, 342홀 규모지만 파크골프 인구가 3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54곳, 689홀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웠다.
지자체들은 앞다퉈 파크골프장을 조성하고 있다.
전북은 전주·김제·순창·남원 등지에 18홀 규모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한 데 이어 지난 해 27홀 규모 시설을 추가로 만들었다.
충북은 청주시 내수읍에 축산시험장 이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논란 속에서도 45홀 규모 도립 파크골프장을 준공했으며, 모두 100홀 이상 조성을 목표로 2단계 사업에 나설 방침이다.
강원 삼척시는 석탄산업 쇠퇴 이후 대표적 폐광지역인 도계에 전국에서 가장 긴 1천580m 코스의 파크골프장을 조성해 침체한 지역경기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최전방 접경지역인 화천군은 파크골프를 산천어축제에 이은 새로운 대체산업으로 역점 추진 중이다.
현재 조성 중인 파크골프장까지 합쳐 모두 6개, 108홀 규모의 기반을 갖추는 화천군은 2021년 이후 현재까지 180만명 이상의 동호인을 유치했으며 이 중 외지 방문객 비율은 절반에 달한다.
화천군 관계자는 "노년층의 건강 증진을 돕는 생활 체육이자, 여가 복지 확대의 대표 모델인 파크골프를 지역 축제·관광과 연계해 새로운 경제 효과 창출을 만들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 유료화 갈등·환경 훼손 등 부작용 잇따라
파크골프장 건설이 '복지 확대'라는 명분만으로 순항하는 것은 아니며, 운영 갈등, 환경 훼손, 졸속 추진 등 부작용도 속출한다.
경북의 경우 골프장 대부분을 지자체가 직영하지만, 10곳 가까이는 관련 단체가 위탁 운영한다.
한 지자체에서는 위탁 운영 단체가 "연회비를 내지 않으면 이용할 수 없다"고 통보해 주민 반발을 샀다.
결국 해당 지자체가 직영 체제로 전환하고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혼란을 겪기도 했다.
또 다른 지자체는 예산 5천만원을 들여 도심 하천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추가로 설치하려다 "시민이 많이 찾는 도심 속 녹지 공간을 훼손해서 파크골프장을 만드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주민 반대에 포기했다.
세종시는 무료 운영하던 파크골프장 한 곳을 연간 수천만원의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올 하반기 유료화했지만, 이용자들의 반발을 샀다.
도심 공원 잔디광장을 파크골프장으로 용도 변경하면서 '공원 훼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천안시는 2017년 565억원가량을 투입해 동남구 신부동 일대 도솔공원(6만1천427㎡)을 조성했는데, 불과 10개월 만에 공원 전체 면적의 24% 규모 잔디광장을 18홀 크기 파크골프장으로 사용하도록 허가하면서다.
이후 시간이 흘러 천안시가 잔디광장을 다시 시민에게 돌려주려 했지만, 파크골프협회와 이용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시는 올해 말까지만 파크골프장 사용 승인을 내준 상태다.
환경 훼손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정부시는 부용터널 상부에 파크골프장을 조성하려 했지만, 해당 부지가 환경등급 2등급 이상으로 높은 지역이라 한때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성남시는 탄천변에 설치된 2m 높이의 그물망 펜스가 도시 경관을 해친다는 비판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제기됐다.
의왕시는 파크골프장 조성 계획에 반대 민원이 100건 가까이 몰리자 지난 4월 계획을 아예 취소했다.
광주에서는 불법으로 운영되던 파크골프장이 강제 철거되기도 했다.
부산 영도구에서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지 내 파크골프장 조성이 추진되자 연구원 노조가 '연구환경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충북도립 파크골프장은 졸속 행정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축산시험장 이전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초지를 줄여 45홀을 조성해 놓고도, 운영 조례 제정 등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이달 말 준공식 이후 개장은 내년으로 미뤄야 하는 상황이다.
동물 사육용 초지가 줄어 매년 2억원 안팎의 사료비 부담이 늘고, 공사 과정에서는 전선·수도관이 훼손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이처럼 무리한 추진에 선거용 선심성 사업이라는 비판이 뒤따르기도 했다.
김혜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생활자치국장은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진행하는 예측 가능한 행정이 아니라 근시안적인 보여주기식 행정만을 펼쳐 도정에 대한 도민 신뢰가 추락하고, 그에 따른 피해는 혈세 낭비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파크골프장이 복지 차원에서 의미 있는 시설이지만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과 합리적 입지 선정, 주민 의견 수렴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지자체 관계자는 19일 "파크골프에 대한 양적 팽창보다 질적 관리에 나서야 할 때"라며 "시설 이용권 공정성, 유료화 문제, 환경 보전과 공존할 수 있는 지침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장아름 김용민 황정환 김도윤 김동민 최종호 전창해 양영석 백도인 차근호 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