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왕조를 꿈꾸는 팀, 우승 직후 보강하지 않으면 퇴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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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왕조를 열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염 감독의 꿈은 LG가 플레이오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1승 3패로 패하면서 아쉽게도 무산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LG는 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막상 시즌이 개막하자 팀 전력이 지난해보다 못하다는 평이 나왔다.
특히 불펜에서 약점을 드러냈다.
2023시즌 리그 최강의 필승조였던 고우석과 이정용, 함덕주가 올 시즌 이탈한 것이 매우 치명적이었다.
LG 선발진 평균자책점은 2023년 전체 5위(3.92)에서 올해 2위(4.26)로 향상됐지만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2023년 1위(3.43)에서 올해 6위(5.21)로 크게 퇴보했다.
필승조 3명의 이탈이 지난 겨울 이미 예정됐는데도 LG가 보강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 올 시즌 실패로 연결된 셈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우승 직후 전력을 보강하지 않으면 반드시 퇴보한다'라는 말이 진리로 여겨진다.
우승팀 선수 대부분이 '커리어 하이'를 찍기 마련인데 내년에도 이 선수들이 똑같이 잘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가 전신인 해태 시절 불과 16시즌 사이에 무려 9차례나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당시 자유계약선수(FA)나 외국인 선수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팀은 트레이드가 아니면 외부에서 전력 보강을 할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없던 시절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해태는 매년 쏟아지는 연고 지역 우수 자원을 싹쓸이하면서 KBO리그 역사상 가장 강력한 왕조를 구축했다.
지금 KBO리그는 그렇지 않다.
2017년 이후 해마다 우승팀이 바뀔 만큼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만큼 매년 겨울 각 팀의 전력 보강 움직임도 치열하다.
7년 만에 우승컵을 되찾은 KIA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을 확실하게 압도하며 강력한 파워를 보였다.
취임 첫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이범호 감독은 지난해 LG 염 감독처럼 여러 인터뷰에서 왕조를 구축하고 싶다고 밝혔다.
하지만 왕조 구축은 감독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프런트가 적극적으로 전력 강화에 나서야만 가능성이 보이는 대업이다.
그런데 올 스토브리그 FA 시장이 개막한 지 1주가 됐지만 우승팀 KIA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내부적으로 어떤 방침을 세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혹시라도 올해 팀 전력에 안주한다면 왕조 재건의 꿈은 멀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