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식' 한수지 "세터·미들 블로커로 국가대표…만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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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수지(왼쪽)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 후배 유서연으로부터 꽃다발을 받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세터로 신인상을 받고, 미들 블로커로 블로킹 1위에 올랐던 한수지(35)가 코트와 작별 인사를 했다.
프로배구 여자부 GS칼텍스는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정관장과 경기를 앞두고, 한수지 은퇴식을 열었다.
한수지는 사인회에서 팬들과 만나 작별 인사를 나누고, GS칼텍스, 정관장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했다.
남편의 시구를 직접 리시브하기도 했다.
GS칼텍스 구단은 유니폼 액자와 사진 앨범 등을 전달하고, 한수지의 현역 시절 영상도 전광판에 내보냈다.
은퇴식이 끝나고 만난 한수지는 "구단에서 내가 눈물 흘리는 장면을 상상하며 영상을 제작하셨다고 하는데,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다"며 "'영상 잘 만들어주셨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웃었다.
(서울=연합뉴스) 한수지(왼쪽 두 번째)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가족들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06-2007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GS칼텍스에 입단한 한수지는 세터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2009-2010시즌에는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세터상을 받았다.
2016-2017시즌을 앞두고 정관장(당시 구단명은 KGC인삼공사)에서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변경한 한수지는 2019-2020시즌 트레이드를 통해 GS칼텍스로 돌아왔다.
2020-2021시즌에는 GS칼텍스의 트레블(정규리그 1위, 챔피언결정전·컵대회 우승) 달성에 공헌했고, 2022-2023시즌에는 블로킹 부문 1위에 올랐다.
2023-2024시즌이 끝나고 은퇴한 한수지는 V리그 개인 통산 블로킹 득점 772개로 이 부문 7위에 자리했다.
한수지는 "당시 소속팀을 지휘하시던 서남원 감독님의 권유로 미들 블로커로 포지션을 바꿨다"며 "그전에도 체력 문제로 포지션 변경을 권유받았다가, 세터로 뛰었는데 2016-2017시즌에는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세터로 계속 뛰었다면 이렇게 오래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들 블로커로 이동한 2016-2017시즌에 다시 배구의 재미를 느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수지(오른쪽)가 23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자신의 은퇴식에서 정관장 세터 염혜선과 포옹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한수지는 세터와 미들 블로커, 두 개의 포지션으로 국가대표에 선발된 진기록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두 개 포지션으로 국가대표에 뽑힌 게, 내가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런 기록을 세운 것에도 만족한다"고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2세 계획을 세워 잠시 쉬고 있는 한수지는 배구 지도자의 꿈도 품고 있다.
한수지는 "두 개 포지션에서 뛰어 봤으니, 선수들의 마음을 조금 더 잘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라며 "기회를 주시면, 꼭 코트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시즌 초 고전 중인 GS칼텍스 후배들의 마음도 부드럽게 매만졌다.
한수지는 "지금 GS칼텍스는 리빌딩 중이다. 성장통을 피할 수 없다"며 "이런 시간을 잘 견디면, 달콤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고 격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