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한 농구' SK 전희철 감독, 고메즈 덩크 실패도 "재밌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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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진기자
    전희철 SK 감독
    전희철 SK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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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SK 하면 스피드라고 떠올릴 정도로 팀 컬러가 정해져 있는데, 반대로 뻔한 농구라고도 한다. 뻔한 농구를 펀(fun)한 농구로, 재미있는 농구로 바꾸겠다."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은 지난달 15일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이같은 출사표를 냈다.

    SK는 자밀 워니의 골밑 장악력과 김선형, 오재현같이 발 빠른 가드를 중심으로 짠 '빠른 농구'를 몇 년째 내세운다.

    9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93-57, 36점 차 대승을 거둔 부산 KCC전에도 SK 특유의 속공 농구가 나왔다.

    이날 SK는 속공으로만 37점을 올렸다. 19개 속공을 성공한 것이다.

    이는 안양 정관장과 올 시즌 개막전(19개)과 함께 구단 사상 최다 속공 기록이다.

    3쿼터 자밀 워니의 연속 덩크, 워니-김선형-오재현으로 이어진 화려한 연계 끝에 안영준의 덩크가 나오자 잠실학생체육관을 찾은 5천208명의 관중이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구단 최다 속공 신기록을 노린 SK는 경기 종료 2분 28초 전 기회를 잡았다.

    아시아쿼터 선수 고메즈 델 리아노가 아무도 없는 상대 코트로 넘어가 덩크를 시도했다. 하지만 도약 과정에서 공을 놓치면서 득점에 실패했다.

    전희철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 장면은 재미있지 않았다"면서도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더니 "이런 농구가 재미있지 않나. (덩크 실패는) 웃음은 줬다"며 "웃음은 하나 준 건데, 그래도 오늘 재미있고 멋진 플레이가 몇개 나온 것 같다"고 흡족해했다.

    전 감독은 스틸이 많아진 게 올 시즌 들어 SK가 더 빠른 농구를 펼치는 이유라고 봤다.

    전 감독은 "우리가 지금 평균 스틸이 10개가 넘는데, 스틸이 나오면 속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진다"며 "또 리바운드를 언제, 어떻게 잡을지 안다. 언제, 어디로 공이 튀는지 안다"고 말했다.

    이날 16점을 올린 국가대표 포워드 안영준은 KBL의 판정 기준 변화가 SK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진단했다.

    안영준은 "우리가 속공을 잘하고, 많이 하기도 하지만 '하드 콜'로 바뀌면서 반칙 대신 스틸이 많이 나온다"며 "상대 실책이 많아지면서 우리 속공이 늘어난 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원한 덩크로 관중의 함성을 끌어낸 안영준은 "덩크를 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렇게까지 패스를 주는데 덩크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멋진 장면을 연출하려다가 민망한 상황이 된 델 리아노를 향한 격려도 전했다.

    안영준은 "(델 리아노의 덩크로) 기록을 경신했다면 좋겠지만 더 멋진 플레이를 하려다가 실패한 것이니 격려해줬다. 괜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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