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관리단체 지정 언급한 문체부, 축구협회엔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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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진기자

    문체부 "축구협회, 솜방망이 처분 시 체육국서 여러 정책 쓸 것"

    배드민턴협회엔 예산 지원 중단 '엄포'…회장 해임 권고·수사 의뢰

    브리핑하는 최현준 감사관
    브리핑하는 최현준 감사관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최현준 감사관이 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대한축구협회 특정감사 결과 최종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1.5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가 행정 난맥상을 깊게 들여다본 대한축구협회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요구하는 징계 수준의 온도 차가 작지 않다.

    최현준 문체부 감사관은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축구협회를 둘러싼 각종 논란에 대해 지난 7월부터 벌여온 감사의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자격정지 이상' 중징계를 요구했다.

    공적 단체로 볼 수 있는 축구협회 임직원에게 공무원 징계 규정을 적용, 중징계의 예로 자격정지·해임·제명 등 세 가지 조처를 제시했다. 축구협회 공정위원회가 이 가운데 적절한 조처를 골라 징계하라는 것이다.

    정 회장이 불공정한 감독 선임, 징계 축구인들에 대한 부적절한 사면 조치, 천안 축구종합센터 건립 보조금 허위 신청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문체부의 판단이다.

    문체부는 이런 문책이 협회 자체로 이뤄지는 기간으로 1개월을 주기로 했다.

    하지만 협회가 따르지 않을 시 강제로 계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최현준 감사관은 '문체부가 어떤 카드를 쓸 수 있느냐'는 질의에 "(요구가) 이행되지 않으면 이행 감사를 할 수 있다. 솜방망이 처분 등 부족하게 이행되면 감독 부처인 체육국에서 나설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이 있다"고 답했다.

    문체부 "축구협회, 홍명보·클린스만 선임하며 내부규정 어겨"
    문체부 "축구협회, 홍명보·클린스만 선임하며 내부규정 어겨"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문체부는 2일 오전 축구협회의 국가대표 감독 선임 관련 감사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 앞. 2024.10.2 [email protected]

    후속 감사 외 최 감사관이 구체적으로 언급한 수단으로는 보조금 지원 제한뿐이다.

    이는 문체부가 '회장 해임'을 직접 권고하고 관리 단체 지정 등 구속력 있는 수단을 제시한 배드민턴협회 조사 때와는 사뭇 다르다.

    문체부는 지난달 말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사무 검사·보조사업 수행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배드민턴협회가 권고·개선 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모든 임원을 해임하는 관리단체 지정 조처 등 '특단의 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페이백 의혹'이 불거진 김택규 회장에 대해서는 해임을 권고했을 뿐 아니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시정 요구가 이뤄지지 않으면 문체부는 9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경고도 했다.

    국세청 공익 법인 공시를 보면 배드민턴협회는 지난해 88억원가량 보조금을 지원받았다.

    배드민턴협회 연간 전체 수입이 177억원가량이니 절반 정도를 보조금에 의존한 셈이다. 이같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원이 한 번에 사라지면 재정난에 빠질 수도 있다.

    문체부의 '경고'가 무겁게 다가오는 이유다.

    반면 축구협회는 배드민턴협회보다 재정 자립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맞이하는 정몽규 축협 회장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 맞이하는 정몽규 축협 회장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오른쪽)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잔니 인판티노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을 맞이하고 있다. 2024.10.28 [email protected]

    지난해 말 축구협회가 배포한 자료를 보면 올해 예산은 1천800억원이 넘는다. 이 가운데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불리는 정부 보조금은 100억원가량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조성해 각 단체에 배분하는 스포츠토토 지원금도 220억원대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이를 정부 보조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문체부 입장에서는 축구협회가 군말없이 수용할 방도를 찾는 건 배드민턴협회의 경우보다 난도가 높은 작업일 수밖에 없다.

    이런 시각을 두고 문체부는 오히려 축구협회에 더 강제성 있는 조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가 올해부터 공직유관단체로 지정되면서 '특정감사' 대상이 됐기에 각종 징계·시정 조치를 이행하고 결과를 문체부에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협회가 '스스로 알아서'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 절차를 다시 밟고 정몽규 회장을 문책하라는 게 사실상의 감사 결론인 만큼 징계의 실효성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걸로 보인다.

    게다가 문체부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동태도 살펴야 한다.

    문체부는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이 불공정했다고 재차 지적하며 절차에 맞게 재선임하라고 축구협회에 통보했다.

    하지만 홍 감독의 해임·교체 여부에는 말을 아꼈다.

    질의에 답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질의에 답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서울=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 출석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10.24 [email protected]

    구체적 방안은 직접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축구협회를 놓고 독립·자율성을 보장된 기관이라 표현하며 한발 물러선 모양새를 연출한 것이다.

    브리핑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최 감사관은 홍 감독 해임 등 구체적 조처가 나오지 않은 이유에 대한 질의에 "이래라저래라할 수 없다. 그러면 FIFA도 제삼자 간섭 가능성 등을 의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최 감사관은 문체부의 감사가 '굿 거버넌스(지배구조)'를 세우기 위함이라 거듭 강조하며 FIFA의 원칙과 어긋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각국 축구협회의 연합체인 FIFA는 산하 협회의 독립적인 운영을 특히 중시한다.

    정관에도 이와 관련한 조항을 여러 개 넣어뒀고, 위반 시 자격 정지 등으로 제재한다. 회원 단체로서 자격이 사라지면 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행사에도 나서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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