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탈골스윙' 창시자 나병관 "타이거 우즈 쫓아다니다 깨우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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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교습 영상 찍어 골프 유튜브에 올리면서 유명해져
광주일고 1학년 때 이종범과 한 반…25세에 골프 입문
투어 2번 우승했지만 형편 어려워 새벽부터 레슨만 해
"나이 들면 스윙 폼 고치지 말고 완성도 높여야"
(파주=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구독자 수 46만명, 누적 조회 수 1억3천만 뷰. 유튜브를 통해 당대 최고의 골프 레슨 프로로 뜬 사람이 있다. '탈골스윙'의 창시자인 나병관(54) 프로다.
그는 골프 교습에 진심인 지도자다. "아이고! 몸에 힘 들어간 것 봐라", "그렇게 내가 탈골, 탈골 했는데 또 낑낑 용을 쓰네" 하며 발을 동동 구른다. 몇 번이고 "제발 힘을 빼라"고 다그치는 모습은 차라리 절규에 가깝다.
오버 액션이 끝나면 "괜찮아. 자 다시 해보자. 나도 너처럼 그랬거든요" 라는 위로와 격려가 이어진다. 골프가 뜻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의 뇌회로를 정확히 모르면 나올 수 없는 공감의 프로세스다. 나 프로가 골프 아카데미 원장으로 활동하는 파주 서원밸리 골프장을 찾아가 인터뷰했다. 한도 끝도 없는 골프 이론보다 '인간 나병관'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면서도 뚜렷한 목표 의식을 잃지 않은 게 '탈골스윙'의 신기원을 연 동력이었다.
-- 탈골은 뼈가 빠진 상태를 뜻하잖아요. '힘을 빼라'는 골프 용어로 쓰기엔 뭔가 어감이 어색하네요. 접골이란 말도 생각나고.
▲ '탈골'하면 뇌리에 딱 박히지 않나요. 탈골이란 이름은 신의 한수였어요. 저는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항상 힘 빼는 걸 강조해요. '연체동물이 되어라', '힘 빼고 골프채를 뿌려라, 던져라' 이런 말을 하는데 자주 까먹으니까 '탈골'이란 말로 설명을 하게 됐죠.
-- 유튜브는 어떻게 찍게 됐습니까.
▲ 학생들에게 연습 방법을 가르쳐주면 엉뚱한 짓을 해요. 답답하던 차에 휴대전화로 학생들 연습 영상을 찍어서 카카오톡으로 보내주다가 유튜브라는 편리한 게 있다고 해서 거기에 올려놓게 됐죠. 학생들이 어른이 되면 추억도 될 테고. 처음엔 제목을 근사하게 달고 싶어서 유튜브 제목을 '통찰력'이라고 했어요. 그러다 얼마 뒤 평소에 말하는 '탈골 스윙'으로 바꿨습니다. 촌스럽게 보여서 며칠 고민했습니다. 유튜브로 돈 벌 줄 몰랐습니다.
--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것 같은데요.
▲ 단지 학생들 보라고 올렸을 뿐인데 '화면이 별로다', '말소리가 잘 안 들린다' 하니 별의별 얘기를 다 해요. 저는 마음속으로 '내가 그 영상을 보라고 올렸나. 공짜로 보면서 말 참 많네 ' 생각하고 넘어갔죠. 그런데 구독자가 1만명이 넘더니 한 달 지나고 나서 통장에 160달러가 들어오더라고요. 시청 시간이 1만 시간 넘었다고. 구글에서 돈 주는 걸 몰랐어요.
-- 구독자 수만 46만명인데 수입이 꽤 될 것 같네요.
▲ 수익이 나려면 구독자 수보다 시청 시간이 중요하다는 걸 나중에 알았어요. 구독자가 많으면 돈을 벌 확률이 높을 뿐이죠. 코로나 때는 사람들이 유튜브로 골프를 많이 봤는데 지금은 많이 줄어서 수익이 거의 절반으로 떨어졌습니다. 지금은 용돈벌이한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감독, 편집자에게 돈 주면 별로 남는 게 없습니다. 다만 모자 등 골프 용품 후원 계약한 게 수입이 되고 있죠.
-- 사람들이 많이 알아볼 텐데 생활에 불편이 되지 않습니까.
▲ 그런 건 딱히 없어요. 사인 요청도 엄청 많고 사진도 찍고 재미있습니다. 나이 오십 넘어 유명해지니까 '이거 뭔 일인가' 싶어요. 아무튼 골프 친다면 저 모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요. 하루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소변 보다 옆 사람이 "탈골!"해서 깜짝 놀란 적도 있습니다. 목욕탕 안에서도 "탈골 스윙이죠" 하며 알아봐요. 보는 사람마다 '탈골'하며 웃고 악수를 청합니다. '탈골'이란 단어가 주는 임팩트, 파급효과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 '탈골'로 알려졌지만 인간 나병관에 대해선 아는 잘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10대 때부터 골프를 했습니까.
▲ 대학 졸업하고 25살 때 시작했습니다. 친구 따라 우연히 골프장 갔다가 너무 재미있어서 프로골퍼가 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내 실력이 이것밖에 안 되나' 하고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제대로 골프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1995년 태국 푸껫에 있는 골프아카데미에 들어갔습니다.
--어릴 적에 골프에 입문한 게 아니네요.
▲ 사실 공부를 잘했습니다. 전라남도 나주에서 태어나 광주일고에 들어갔어요. 이종범이 1학년 때 같은 반 친구였습니다. 한 반에 64명이었는데 8등까지 해봤고, 영어는 반에서 1등 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코피 터져가며 공부해서 그런지 나중에 친구들은 제가 프로골퍼 됐다는 말 듣고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결국 건국대에 들어가 석사까지 땄습니다.
-- 스물다섯이면 골프 시작하기엔 매우 많은 나이잖아요. 여러모로 많이 어려웠을 텐데.
▲ 푸껫에서 배울 때 레슨비가 한 달 1천800달러였어요. 여행사 아르바이트를 뛰며 버는 돈을 골프에 다 투자했습니다. 1대1 레슨을 받아가며 프로 되겠다고 열심히 공을 쳤습니다. 나이 들어서 시작했으니 더욱 노력했죠. 1997년에 타이거 우즈(미국)가 태국에서 열린 조니워커클래식에 출전했는데 그때 갤러리로 우즈를 쫓아다니면서 꿈을 키웠습니다. '쟤랑 붙어보겠다'고 다짐했었죠.
-- 타이거 우즈를 보면서 힘을 빼게 된 건가요.
▲ 용쓰고 우즈 폼을 따라 했는데 안 맞았습니다. 우즈 스윙을 제 나름대로 해석해 온몸에 힘을 줬으니까요. 그때 스승인 닉 그랜트 프로가 릴랙스, 즉 힘 뺄 것을 엄청나게 강조했는데 그게 제게 깨우침이 됐습니다. 어깨, 팔목, 손목을 릴랙스 하라고 가르친 것이 탈골 스윙의 시초가 된 거죠. 힘을 빼야 헤드 속도가 나고 공을 더 세게 치게 된다는 걸 알게 된 거죠.
-- 귀국해서 소원은 이뤘습니까.
▲ 1999년에 한국프로골프(KPGA) 세미프로가 됐습니다. 2004년엔 KTF 2부 투어에서 10언더파로 1부 투어 프로들 이기고 우승했습니다. 그걸로 상금랭킹 5위 안에 들어서 1부 투어프로 자격을 얻었습니다. 기분이 날아갈 듯 했죠. 그러고는 이듬해 투어에서 또 우승하고 2007년까지 뛰었습니다.
-- 투어프로 생활은 길지 않았네요.
▲ 우승 두 번 했으나 형편이 어려웠습니다. 어릴 적 국내에서 뛰지 않아 저를 아는 사람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일산 백마연습장에서 제게 레슨받던 황준승 사장이란 분이 '나중에 잘 되면 갚아라' 하면서 200만원, 300만원, 500만원 이렇게 자주 주셔서 1부 투어에 나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결국 돈 때문에 투어생활 접고 울며 겨자 먹기로 새벽부터 레슨만 하고 살았습니다.
-- 그래서 돈은 다 갚았습니까.
▲ 제가 재작년 유튜브로 유명해진 뒤 500만원을 빳빳한 새 돈으로 뽑아서 황 사장님 딸 결혼식에 갔습니다. 식사하면서 "제가 제일 힘들 때 도움을 주셨다"며 감사를 표하니까 '기억이 안 나네' 하시더라고요. 그러면서 너무 감동하였다며 우셨습니다. 그분 은혜는 잊을 수 없습니다.
-- 젊은 프로들의 폼이 워낙 멋지다 보니 탈골스윙을 낮춰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 탈골스윙이 처음 나왔을 때 '저 사람 프로 맞냐', '노인네 가르치는 사설 프로 아니냐' 하는 말들이 있었습니다. 사투리 쓴다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과거 우승 이력이 있고 2021년 시니어 마스터스에서도 우승하니 다르게 보더라고요. 특히 유튜브 구독자 수가 가장 많은 골퍼끼리 맞붙은 경기에서 제가 젊은 친구들을 누르고 우승하고 비거리도 더 나가니 그런 말이 쑥 들어갔습니다.
-- 탈골스윙이 골프를 오래 친 사람, 특히 시니어 사이에 인기가 높은데요. 나이 들어도 스윙폼은 계속 교정해야 하나요.
▲ 10년 정도 이상 골프를 쳤으면 더 이상 폼을 바꾸려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스윙폼을 계속 고쳐서 완벽해지려 하는데, 자기가 가진 스윙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중요해요.
-- 골퍼들이 새 이론이 나오면 그걸 따라 하려 하지 않습니까.
▲ 요즘 이론이 홍수처럼 나오고 있는데, 당대의 유명 선수를 따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유명 교습가들이 새 이론을 발표하면 프로도 그걸 따라 하려고 합니다. 안 따라가면 뒤처질 것 같아서인데, 그걸 흉내 내다가 자기 걸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로들도, 우리 교습가들도 그렇습니다.
-- 프로들은 그런 걸 알면서도 왜 못 참는 것인가요.
▲ 계속 배고프거든요. 좀 더 잘하고 싶어서죠. 그러나 사실 새 이론은 없습니다. 이론을 놓고 각자 해석을 내놓고 그걸 강조할 뿐이죠. 우승 많이 한 선수는 스윙이 좋은 게 아니라 점수를 잘 내서 그런 걸 알아야 해요. 아무튼 폼은 다를 뿐 기본 원리는 같습니다.
-- 아마추어 골퍼들에겐 어떤 스윙이 좋을까요.
▲ 평소 체력운동도 하지 않으면서 새로운 이론이라고 따라 해서 몸 다치고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회전을 최소화하면서 헤드 무게로 툭툭 치는 게 낫습니다. 힘 빼고 채를 들고 툭툭 떨어트리는 거죠. 스윙 폼이 아니라 타이밍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이 들면 리듬에 신경 써야 합니다.
-- 레슨할 때 답답해 죽겠다며 절규하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마추어 모두가 공감하지만, 다들 알면서 왜 안 될까요.
▲힘을 빼야 스윙이 자유로워지고 헤드 속도가 빨라집니다. 그런데 용을 쓴단 말이에요. 사람이 용을 쓰면 온몸이 찌그러집니다. 선수든 아마추어든 힘을 빼야 합니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일수록 더욱 그래야 해요. 제가 탈골 스윙을 만든 것도 용쓰는 걸 바꾸려 하기 위함이죠. 힘 빼고 쳐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