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축구 현대제철 천하 끝낸 KSPO…마지막 꿈 이룬 강재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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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의진기자

    '통합 11연패' 현대제철 독주 막고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

    올 시즌 끝으로 지휘봉 놓기로…챔피언결정전 우승 정조준

    WK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화천 KSPO
    WK리그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화천 KSPO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여자 실업축구 WK리그 화천 KSPO의 강재순 감독은 이 팀의 초대 사령탑이다. 2011년 창단하면서 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14년째 팀을 이끌고 있다.

    열네 번째 시즌을 맞은 강 감독의 KSPO는 처음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했다.

    16승 8무 4패로 승점 56을 쌓아 나머지 7개 팀을 제쳤다. 12승 5무 4패로 승점 41을 쌓아 마지막까지 경쟁한 끝에 인천 현대제철(승점 42)에 밀린 지난 시즌의 아쉬움도 털어냈다.

    강 감독은 지난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이번 시즌을 마지막으로 사령탑 자리에서 내려온다고 밝혔다.

    다음 시즌부터는 현장에서 한 발 떨어져 고문격인 총감독 직책으로 팀에 이바지하려 한다.

    1964년생으로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의 정년이 다가온 강 감독은 강선미 수석코치에게 사령탑 자리를 맡길 때가 왔다고 본다.

    강 감독은 "(거취를 두고) 여러 고민이 많은 시점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이뤄 뜻깊다"며 "강선미 코치도 지도자로서 클 때다. 경기장에는 내가 동석하겠지만 그래도 나서서 뭘 하는 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K리그에서 현대제철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던 강 감독은 올 시즌에야 그 꿈을 이뤘다.

    지난 시즌까지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에서 모두 정상에 오르는 통합우승을 11년 연속 달성한 최고 명문 구단 현대제철은 12승 11무 5패로 4위에 그쳐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됐다.

    2009년 WK리그 출범 이후 현대제철이 플레이오프에 나서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뻐하는 강재순 감독과 화천 KSPO 선수들
    기뻐하는 강재순 감독과 화천 KSPO 선수들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챔프전에 직행하는 KSPO나 플레이오프를 거치는 수원FC, 경주 한국수력원자력 중 어느 팀이 우승해도 현대제철의 독주가 끝난 게 이미 확정된 셈이다.

    강 감독은 "사실 우리 팀은 재정 문제로 돈을 많이 주는 다른 팀에 선수를 여러 차례 내줘야 했다. 그런 게 속상했는데, 어떤 선수는 우승할 수 있는 팀에 가겠다며 그냥 떠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 열심히 해서 우승하자'고 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그 선수들이 잔류했다면 우승해도 벌써 했다"며 "스포츠에서는 투자를 많이 하는 팀이 우승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좋은 선수가 계속 그쪽에 합류해 다른 팀은 할 수 있는 게 많이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러면서 "정규리그 우승을 한 번이라도 하는 게 14년 동안 품고 있던 내 목표였다"고 덧붙였다.

    강 감독은 스스로 칭찬에 인색한 편이라고 평가한다. 그런 강 감독도 정규리그 우승의 꿈을 이뤄준 선수들에게 아낌 없이 칭찬을 쏟았다.

    그는 "최수진이 창단 때부터 다른 팀에 가지 않고 계속 여기에 있다. 그런 선수가 우승 별을 달고 팀을 떠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큰 차이가 있다"며 "베테랑 선수들이 후배를 잘 챙겨준 덕에 다들 별 하나를 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최유정과 아스나가 가장 큰 공을 세웠다. 또 우리 포백 라인 선수들도 잘해줬다"며 "아스나와 최유정이 돋보이겠지만 수비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해줬다"고 칭찬했다.

    강재순 감독
    강재순 감독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금지]

    KSPO는 올 시즌 28경기에서 27골만 실점했다. 현대제철(25골)에 이어 최소 실점 부문 2위다.

    이제 강 감독과 KSPO의 시선은 챔프전으로 향한다. 수원FC와 한수원 가운데 플레이오프 경기 승자가 챔프전에서 KSPO와 맞붙는다. 자리에서 물러날 계획을 품은 강 감독에게는 챔프전 우승이 자신에게 줄 최고의 '은퇴 선물'이 될 터다.

    강 감독은 "우리가 올 시즌 전적이 좋지 않았던 팀은 현대제철뿐이다. 전적을 생각하면 선수들도 다 자신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강 감독은 침체한 한국 여자축구가 반등하길 바라는 마음도 전했다. 1990년대 후반 강일여고 여자축구부를 이끌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강 감독은 줄곧 여자축구팀만 맡아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그는 "특히 우리나라는 대표팀이 잘해야 여자축구가 살아난다"며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다.

    최근 여자 A대표팀은 이렇다 할 실적이 없다. 지난해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조별리그에서 떨어졌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8강에서 고배를 마셨고, 올해 파리 올림픽 본선에도 나서지 못했다.

    사령탑도 지난 6월 콜린 벨 감독과 계약을 종료한 이후 공석이다. 지난달 말 새로 구성된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에서 차기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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