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노 김강선 '슬기로운 코치생활'…"김승기 감독님께 잘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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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기 감독 '3점 농구' 지지…"농구 선수라면 당연히 슛 갖춰야"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김승기 감독님께 잘 배워야죠. 나만의 농구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일단 배워야 합니다."
프로농구 고양 소노의 '막내 지도자' 김강선 코치는 2023-2024시즌을 마치고 현역 생활을 끝마쳤다.
선수단을 이끄는 주장이었던 지난 시즌과 달리 이제 김 코치는 소노 코치진에서 '서열 최하위'가 됐다.
지난 6월부터 지도자로 일한 김 코치는 김승기 감독이 훈련을 전면 지휘할 때면 뒤에서 선수들의 자료를 정리하고, 훈련 상황을 기록한다.
한 손에는 농구공이 아니라 작전판, 전술 노트를 끼고 다닌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느라 바쁘다는 김 코치는 농구를 본격적으로 배우는 중이다.
12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진행된 소노의 훈련에는 수비 시 동선을 숙지하지 못한 선수들을 향해 김 감독의 호통이 연신 나왔다.
김 코치는 조용한 목소리로 임동섭 등 슈터들의 세부적인 움직임을 잡아줬다.
김 코치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동고동락하던 선수들에게 '코치'라고 불리는 게 처음에는 꽤 어색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형이라고 하는 선수도 있었는데, 이제는 다들 코치님이라고 한다"고 웃었다.
정규리그 통산 576경기를 뛴 김 코치는 사실 선수 생활에 미련이 있었다.
지도자를 꿈꿨지만 구단으로부터 코치 제안을 받았을 때 선뜻 수락하지 않았던 이유도 이대로 선수 경력을 끝내기 아쉬웠기 때문이다.
김 코치는 "'조금 더 선수를 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긴 했는데, 어차피 이제 (은퇴를) 결정할 시기였다"며 "처음에 (코치로) 선수들을 봤을 때 나도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들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편하다. 운동 안 해서 너무 좋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백지웅이 코너에서 연신 3점을 실패하자 "왜 이걸 못 넣어"라며 공을 낚아채고 던진 김 코치의 슛은 깨끗하게 림을 갈랐다.
김 코치는 아직은 지도자로서 비전을 밝히는 걸 주저했다. 자신만의 농구를 이야기하기에는 지도자로서 기량이 부족하다고 봐서다.
그는 "아직 나는 배우는 단계다. 어떤 틀을 제시하고, 그런 농구를 하겠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며 "나만의 농구를 이야기할 수 있으려면 더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지도자로서 갈 길이 멀다고 하는 김 코치지만 김승기 감독의 농구는 지지했다.
김승기 감독 체제의 소노는 프로농구 10개 구단 중 3점슛을 가장 많이 던지는 팀이다.
외곽슛을 아끼고, 확률 높은 골밑 공격에 집중하는 팀도 많지만 소노에서는 자신 있게 슛을 던지지 못하면 호통이 날아온다.
김 코치도 이같은 방식의 농구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는 "농구 선수라면 당연히 슛을 갖춰야 한다. 슛을 많이 던져야 공격 기회도 많이 생긴다. 공격 횟수를 많이 늘려야 슛 성공률도 어느 정도까지 올라온다"고 강조했다.
신인 때부터 3점 성공률 40.7%를 기록한 김 코치는 통산 3점 성공률(33.9%)이 높다고 볼 수는 없지만 수비가 조금만 떨어지면 과감하게 외곽포를 쐈다.
김승기 감독 체제에서 뛴 2시즌 동안은 경기당 3.5개씩 3점을 시도했다.
김 코치가 팀에서 주목하는 선수도 3점 농구의 선봉장으로 기대받는 임동섭이다. 김 코치는 "동섭이가 (기량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장 190㎝ 중반의 포워드 임동섭은 전문 슈터지만 창원 LG에서는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고, 지난 5월 소노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김 코치는 '오리온-캐롯' 고난 서사의 주역이기도 했다.
김 코치가 데뷔한 대구 오리온스는 2011년 갑자기 정든 연고지를 떠나 경기도 고양시에 새로 정착했다.
오리온 농구단은 2022년 데이원자산운용에 인수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고, 고양 캐롯이 새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이 팀은 임금 체불, 오리온 인수 대금 미납 등 각종 재정 문제를 일으키다가 결국 KBL 이사회에서 제명됐다.
오갈 데 없는 처지가 된 김 코치 등 선수들은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들을 구제한 게 바로 대명소노그룹의 지주사인 소노인터내셔널이었다.
연신 소노에 감사를 표한 김 코치는 "남들이 못하는 걸 다 해봤다. 팀도 두 번이나 없어지고, 대구에서 고양으로 왔고, 또 국회도 가봤다"고 말했다.
이어 "도와주신 분들께 정말 너무나도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렇게 계속 농구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