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꿈꾸는 '197㎝ 슈터' 임동섭 "질책 들어도 선수는 뛰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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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히던 선수였는데…다시 팬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막말로 욕을 먹더라도 선수는 경기에 뛰어야 합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경기에 나서야죠."
지난 5월 프로농구 고양 소노 유니폼을 입은 슈터 임동섭은 뛰고 싶었다. 2023-2024시즌 창원 LG에서 임동섭은 정규리그 18경기에만 나섰다.
평균 출전 시간은 6분이었다. 최근 네 시즌 동안 임동섭의 출전 시간은 계속 줄었다.
서울 삼성에서 뛴 2021-2022시즌 평균 25분가량 뛴 임동섭은 그다음 시즌에는 매 경기 16분만 소화했다. 2022-2023시즌에는 출전 시간이 11분으로 줄었고, 지난 시즌에는 6분까지 떨어졌다.
김승기 감독이 임동섭의 '부활 가능성'을 포기하지 못하고 영입한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 임동섭처럼 키 큰 슈터는 흔치 않다.
197㎝의 임동섭이 도약해 정점에서 슛을 던지면 대부분 수비수가 그보다 아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
3점 시도 횟수 자체를 크게 늘리는 농구를 추구하는 소노 입장에서는 수비 여부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슛을 생산하는 선수가 반갑다. 그래서 선수단 차원에서 기대도 크다.
김승기 감독뿐 아니라 김강선 코치도 임동섭이 반등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공격의 중심을 잡을 가드 이재도도 '주목해야 할 선수'로 임동섭을 꼽았다.
지난 13일 소노의 전지훈련지인 대만 타이베이에서 만난 임동섭은 "이 팀에 올 때 감독님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배워보겠다'고 말씀드렸다"고 각오를 밝혔다.
임동섭은 "내가 이전부터 기대를 많이 받았던 선수였고,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감독님께서 날 불러주셨다"며 "내 장점을 살려주시려 해서 행복하게 농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치에 있으면 선수로서 가치가 떨어지는 거다. 크게 질책을 듣더라도 경기에 많이 뛰고, 역할이 있으니 감사할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임동섭은 김승기 감독이 생각하는 농구의 '핵심 조각'이다.
190㎝ 중반대 포워드들의 바꿔막기, 함정·도움 수비를 토대로 수비 전술을 짠 김 감독은 공격에서도 시원하게 3점을 터뜨려줄 선수를 찾았고, 임동섭을 영입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이날 푸방 브레이브스와 연습 경기에서 임동섭이 슛을 실패하자 김 감독은 "그럴 거면 슛을 넣지 마"라고 호통을 쳤다.
이에 자극받은 임동섭이 곧장 연속으로 슛을 성공하자 김 감독은 "꼭 넣지 말라고 해야 넣는다"고 활짝 웃었다.
지난 12일 타오위안 파일럿츠전 19분 만에 11점 5리바운드를 기록한 임동섭은 13일 푸방전에서는 30분간 12점 5리바운드를 올렸다.
수비가 완벽하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도 3점을 던지는 과감함이 돋보였다.
임동섭은 "나한테 따라붙은 꼬리표 중 하나가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주저한다'는 것이다. 소노에서는 다르다"며 "슛을 던지기 이른 시점이라 생각해 쏘지 않은 적이 있는데, 그럴 때 가장 많이 혼난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서는 어려운 상황이나, 일반적인 3점보다 먼 거리에서도 슛을 던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대부고, 중앙대 시절부터 대형 슈터 자원으로 주목받은 임동섭의 새 시즌 목표는 '반등'이다.
그는 "나는 점점 잊히던 선수였다. 새 시즌에는 팬들이 다시 기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시즌 막바지에는 내 이름이 팬들의 입에 오르내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