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오만 쇼크' 지우고 '런던 신화 첫장' 되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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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발재간·스피드 겸비한 오만 상대로 월드컵 3차 예선 2차전
위기의 홍명보 감독, 전열에 변화 줄듯…최전방 오세훈 가능성
21년 전 1-3 굴욕 안긴 오만 원정길…홍명보에겐 '런던 동메달 신화' 시작점
(무스카트[오만]=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20년 전 한국 축구에 '쇼크'를 줬던 오만을 홍명보호가 '첫 승의 땅'으로 바꿀 수 있을까.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카부스 경기장에서 오만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2차전을 치른다.
홍명보호는 출범 첫 경기이기도 했던 1차전에서 약체로 분류되는 팔레스타인과 홈에서 0-0 무승부에 그쳐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터라 이번 오만 원정에서 반드시 승전고를 울려야 한다.
오만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76위로 한국(23위)보다 53계단 아래에 있다.
그러나 한국, 요르단과 함께 B조 2위권을 다툴 거로 보이는 이라크와 원정 1차전에서 0-1로 석패하는 등 만만치 않은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전방의 모하메드 알가프리, 오른쪽의 이삼 알사브리, 왼쪽의 압둘라흐만 알무샤이프리 등 스피드와 발재간을 겸비한 공격진이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시브[오만]=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팀 훈련 앞서 선수단을 모아놓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4.9.8 [email protected]
선수들 대부분이 오만 리그에서 뛰고 있어 조직력도 좋다.
체코를 2020년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0) 8강으로 이끈 야로슬라프 실하비 감독이 지난 2월 오만 지휘봉을 잡은 뒤 3승 1무 1패를 거두는 등 최근 흐름도 상승세다.
다만, '중원의 핵'이란 평가를 받는 미드필더 아르샤드 알알라위가 이라크전에서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해 2차전에서 뛸 수 없는 건 한국에 호재다.
오만은 한국 축구에 굴욕적인 패배를 안긴 경험도 있다.
한국은 2003년 10월에 열린 2004 중국 아시안컵 최종예선 오만 원정 경기에서 1-3으로 패한 바 있다. 바로 '오만 쇼크'라는 이름으로 한국 축구사에 기록된 경기다.
21년 전 대표팀과 현재 대표팀의 흐름은, 묘하게 닮아있다.
당시 '쇼크'라는 다소 강한 표현까지 붙은 건 단지 오만전 한 경기 패배 때문만은 아니다.
오만은 예나 지금이나 언제든 아시아 강팀의 덜미를 잡을 수 있는 팀으로 인정받는다.
당시 한국은 오만과의 경기 전 베트남 원정에서 0-1로 충격패하는 등 흐름이 좋지 못했다. 이는 베트남에 당한 44년 만의 패배였다.
홍명보호 역시 약체를 상대로 충격적인 결과를 낸 뒤 오만을 만난다.
다른 게 하나 있다면, 아시안컵 본선행에 낙관적이었던 당시 대표팀보다 현 대표팀의 처지가 더 궁박해 보인다는 점이다.
한국 축구는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빨간불'이 켜진다.
논란 속에 선임된 홍 감독을 향한 경질 여론은 더욱 확산할 수 있다.
홍 감독은 기존 선발진 대부분을 유지한 채 나섰던 팔레스타인전과는 다르게 전열에 일정 부분 '변화'를 줄 거로 보인다.
최전방 자리부터 변화가 예상된다.
(시브[오만]=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오만전을 앞둔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7일 오후(현지시간) 알 시브 스타디움에서 열린 훈련에서 홍명보 감독의 강평을 듣고 있다. 2024.9.8 [email protected]
팔레스타인전에서는 주민규(울산)가 선발로 나섰지만, 이번엔 오세훈(마치다)이 선발로 선봉에 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세훈은 주민규보다 넓은 활동 반경과 기민한 움직임으로 팔레스타인전 후반에 한국 공격진이 활력을 높이는 데에 일조했다.
또 팔레스타인전에서 몇 차례 실수한 베테랑 김영권(울산) 대신 다른 센터백이 김민재(뮌헨)의 파트너로 나설 전망이다.
김영권을 대체할 후보로는 몸싸움에 능한 정승현(알와슬), 지능적인 수비가 강점인 조유민(샤르자), 유럽파 기대주 이한범(미트윌란) 등이 있다.
한국 축구에 오만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홍 감독에게만큼은 그렇지 않다.
2002 한일 월드컵 뒤 은퇴한 홍 감독은 오만 쇼크를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
외려 오만에 '좋은 기억'만 남겨둔 홍 감독이다.
홍 감독에게 오만은 '런던 동메달 신화'의 첫 장이다.
홍 감독은 이번 원정 기간 훈련장으로 쓰고 있는 알시브 스타디움에서 2012년 2월 7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역사를 썼다.
당시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고 런던 올림픽 축구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5차전에서 오만을 3-0으로 격파, 런던행을 조기에 확정하고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았다.
그해 여름, 올림픽 대표팀은 런던에서 '동메달 신화'를 작성한다.
홍 감독이 오만에서 다시 한번 시원한 승리를 지휘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홍 감독은 7일 오만 입국 후 첫 훈련을 치르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예전에 좋은 기억이 있었던 곳에 돌아오니,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