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혁의 야구세상] 야구는 불펜 놀음?…'지키는 야구' 재구축한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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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지난해 11월 삼성 라이온즈는 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열리자마자 김재윤(33)과 4년 최대 58억원에 계약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한 김재윤은 정상급 마무리이지만 LG 트윈스와 한국시리즈에서 지극히 부진하며 하락세라는 평가가 있었기에 삼성의 계약에 일부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도 있었다.
삼성은 올해 1월에는 불펜 투수 임창민(39)과도 8억원에 2년 FA 계약을 맺었다.
삼십 대 중반으로 접어든 김재윤과 불혹을 바라보는 임창민이 '과연 몸값에 걸맞은 활약을 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둘을 영입한 삼성 프런트의 판단은 되돌아보면 '신의 한 수'였다.
삼성은 지난해 팀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5.16으로 10개 구단 최하위였고 역전패는 38차례로 가장 많았다.
그런 삼성 불펜이 올 시즌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 속에서도 확연히 달라졌다.
김재윤(4승 8패 7세이브 25홀드)과 임창민(2승 1패 1세이브 27홀드)이 기존 김태훈(3승 2패 19홀드)과 막강 불펜을 구축하면서 삼성은 구원투수 평균자책점 4.89로 두산 베어스(4.60)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랐다.
불펜이 강화된 삼성은 올 시즌 역전패(28패)는 아직 6위에 그치지만 역전승(38승)은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오승환(42·3승 8패 27세이브)이 확연하게 노쇠 기미를 보이는 상황에서 긴급 마무리로 투입된 김재윤과 셋업맨 임창민의 뒷문 활약은 더욱 돋보인다.
2011∼2014년 '지키는 야구'를 앞세워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KBO리그 사상 최강의 불펜진을 보유했었다.
당시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삼성은 올 시즌 삼십 대 베테랑 투수들을 주축으로 불펜을 재구축했기에 깜짝 2위를 달리면서 3년 만에 가을야구 진출을 가시화했다.
반면 LG 트윈스는 올해도 가장 유력한 우승 후보였지만 불펜이 기대에 못 미쳐 고전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 당시 LG 불펜 평균자책점은 3.43으로 최강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5.21로 8위로 처지면서 뒷문이 크게 불안해졌다.
지난 겨울 동안 핵심 불펜투수인 고우석과 이정용이 이탈하고 함덕주도 팔꿈치 수술을 받았지만, 아무런 보강을 하지 않은 탓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는 1988년 데니스 에커슬리가 처음 1이닝 마무리로 풀타임 등판하면서 불펜의 중요성이 알려졌다.
KBO리그에서는 1992년 LG 트윈스 사령탑에 오른 이광환 감독이 '스타 시스템'을 통해 가장 먼저 불펜 보직을 강조했다.
하지만 KBO리그에서 본격적으로 불펜 역할이 세분된 것은 2000년 이후다.
2004년 삼성 지휘봉을 잡은 선동열 감독이 '지키는 야구'를 선언하고 2007년부터 SK 와이번스를 이끈 김성근 감독이 '벌 떼 야구'를 앞세워 왕조를 구축하면서 불펜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불펜 투수의 역할은 갈수록 강조되는 분위기다.
뒷문이 허술하면 아무리 앞서고 있어도 팀이 확신을 갖지 못한다.
어이없는 역전패는 선수들의 자신감을 크게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팬들마저 돌아서게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