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러운 카리스마' 원하는 홍명보…"정장 소집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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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대비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9.2 [email protected]
(고양=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저, 그렇지(무섭지) 않은데 하하하."
'카리스마'는 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을 가장 많이 수식했을 단어다.
선수 시절 그는 대표팀의 '캡틴'이자 최후방을 지키는 리베로로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동료들을 이끌었다.
지도자로서도 카리스마는 여전했다. 때로는 거칠게 화도 내 가면서 선수들을 휘어잡았고,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신화를 작성했다.
A대표팀 감독으로 2014 브라질 월드컵에 도전할 때도 그의 강력한 리더십이 주목받았다.
홍 감독은 프로축구 울산 HD를 지휘하면서는 과거의 이미지에서 탈피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었다.
기자들을 만날 때면 자신의 '섬세한 면모'나 '부드러운 성격'을 강조하곤 했다.
(고양=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홍명보호' 축구 대표팀 이재성이 2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대비 훈련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4.9.2 [email protected]
하지만 여전히, 대표팀의 후배들은 그를 일단은 '무서운 형'으로 인식한다.
브라질 월드컵 뒤 대표팀에 중용되기 시작했고, K리그 무대에서도 홍 감독과 직접 대면한 적이 없는 대표팀의 미드필더 이재성(마인츠)은 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진행된 홍명보호의 첫 훈련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조금 무서웠다. 옛날부터 들은 이야기가 있었다"고 홍 감독으로부터 받은 첫인상을 전했다.
이재성은 홍 감독이 규율과 선수들의 태도를 중시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이 선수 입장에서는 "조금 무섭다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홍 감독은 손사래를 치며 자신의 '무서운 이미지'는 실제와 다르다고 강변했다.
이재성의 반응을 전해 들은 홍 감독은 "내가 선수들이 스스로 잘하면 특별히 얘기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보니 내 이미지가 조금 그럴(무서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내가 더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웃었다.
그는 또 "함께 생활한 선수들이 몇 명 있으니까 내가 직접 얘기하기보다는 그 선수들이 (내가 무섭지 않다는) 얘기를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감독이 10년 전 대표팀을 이끌었을 때와 비교해 대표팀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김민재(뮌헨) 등은 유럽에서도 '스타 대접'을 받는 특급 선수들이다.
(고양=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일 경기 고양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두고 열린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2024.9.2 [email protected]
지도자에게 '수평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과거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였던 홍 감독 역시 시대의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홍 감독은 그동안 축구 현장을 떠나지 않았기에 이런 변화를 잘 알 터다.
이날 홍 감독은 선수단 운영과 관련한 취재진의 각종 물음에 '선수들과 대화를 나눠서 어떤 방향이 팀에 도움이 될지 논의하겠다'는 취지의 답을 여러 번 했다.
10년 전 홍명보호의 '규율'을 상징하는 풍경이었던 '정장 차림 소집'도 이젠 없을 거라고 밝히기도 했다.
홍 감독은 "10년 전에는 해외파와 국내파 간 갈등이라든지 여러 문제가 있었다. 양복을 입으면서 어떤 마음으로 대표팀에 들어가야 할지 생각하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수들 전부 해외에서 오는데 (양복 입고 오라고 하는 건) 피곤한 일이다. 비행기 시간도 있는데 말도 안 된다"면서 "난 좀 더 자유스러우면서도 그 안에 보이지 않는 규율이 있는 걸 좋아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자들이 대표팀 소집 때마다 정장을 입고 온다면 (정장 차림 소집을 하는 방향으로) 다시 생각해 보겠다"고 농담해 취재진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