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켈리 "한국서 5년반, 평생 못잊어…팀플레이어로 기억되고파"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169 조회
- 목록
본문
노게임으로 아쉬운 고별전…"기억 남는 경기는 작년 KS 5차전"
"계속 마운드서 공 던지고 싶어…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 검토"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비가 쏟아지는 서울 잠실구장 내야 그라운드가 하얀 큰 천으로 뒤덮였다.
방수포가 아닌, LG 트윈스 유니폼 상의를 본뜬 대형 현수막이다. 등번호는 3번, 그 위에는 '켈리'가 적혔다.
LG는 2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이 비로 노게임이 되자 켈리와의 작별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2⅔이닝 2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던 켈리는 경기가 중간에 취소되면서 고별전을 아쉽게 마무리해야 했다.
켈리는 이어진 고별식에서 눈물을 쏟아내며 팬, 동료들과 진한 인사를 나눴다.
약 100분간의 경기 중단에도 많은 팬이 자리를 지켰고 라이벌 두산 팬들도 켈리를 배웅했다.
관중을 향해 큰절을 올린 켈리는 동료들의 헹가래를 받은 뒤 한 명 한 명과 진하게 포옹했다.
고별식이 끝나고 잠실야구장 기자실에서 마지막 인터뷰를 한 켈리의 눈시울은 여전히 붉었다. 인터뷰 도중에도 감정이 북받치는 모습이었다.
켈리는 "울지 않으려고 참았는데 세리머니가 시작되니까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면서 "한국에서 지낸 5년 반이라는 시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냐는 말엔 "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되고 싶고, 팀을 위해 희생한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남고 싶다"고 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로는 작년 한국시리즈 5차전을 꼽으며 "그 경기로 LG가 29년 만에 우승할 수 있었고 팬도 우승팀의 팬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영광이었고 특별했다"고 돌아봤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선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할 것"이라면서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하고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켈리는 LG 구단 사상 최장 외국인 투수로 2019년부터 햇수로 6년간 선발 마운드를 지탱했다.
통산 성적은 6시즌 163경기 989⅓이닝 73승 46패 평균자책점 3.25다.
꾸준한 이닝 이터로서 지난해까지 매 시즌 170이닝 안팎을 책임지며 굳건한 1선발 노릇을 했다.
켈리는 2022년에 16승을 거둬 신윤호 이래 21년 만에 LG 출신으로 다승왕을 차지했다.
또 2020년 5월 10일부터 75경기 연속 5이닝 이상 투구를 펼쳐 선발 투수의 모범을 보였다.
켈리는 특히 작년에는 정규시즌 기복을 딛고 한국시리즈 1, 5차전에서 1승 평균자책점 1.59(11⅓이닝 3실점 2자책)로 활약, LG의 29년 묵은 '우승의 한'을 풀어줬다.
다만 6년 차인 올해 19경기 5승 8패 평균자책점 4.51로 부진했고, LG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결단을 내렸다. 켈리를 보내고 베네수엘라 출신 우완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를 영입했다.
다음은 켈리와의 일문일답.
-- 다사다난한 며칠이었을 것 같다.
▲ 지난 몇 년 동안 부진으로 교체설이 들릴 때마다 신경 쓰지 않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려 했다. 이번에도 하루하루 최선을 다할 뿐이었다. 한국에서 지낸 5년 반이라는 시간에 감사하게 생각한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떠나기 전에 등판 기회 가질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 오늘 등판을 결정한 배경은.
▲ 한화 이글스전 등판 때는 마지막이라는 것을 모르던 상태였다. 잠실구장에서 팬 앞에서 한 번 더 경기하고 싶었다. 또 5년 반 동안 함께한 팀 동료들과 한 번 더 해보고 싶었다.
-- 비로 경기가 중단됐을 때 어땠나.
▲ 집중력을 유지하려 했고 끝내지 못한 이닝을 끝내고 싶었다. 비가 다시 쏟아질 땐 이게 내 마지막임을 직감했다. 그래도 동료들과 야구했다는 점이 감사하다.
-- 고별식은 어땠는지.
▲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KBO에서 뛴 외국인 선수 가운데 이런 세리머니를 받은 경우를 본 적이 없다. 울지 않으려고 참고 있었는데 세리머니가 시작하니까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궂은 날씨에도 팬 여러분께서 남아주셨는데 가슴 한구석에 특별하게 남을 거 같다.
-- 동료들과의 인사는 어땠나.
▲ 사랑하고 감사한다고 얘기했다. 팀 동료들은 가족과 다름없다. 내 자녀는 동료들의 자녀와 친구이기도 하다. LG 선수로서 뛰는 순간은 마지막이지만 계속 연락하며 친하게 지낼 것이다.
-- 어떤 경기가 가장 기억에 남나.
▲ 가장 특별한 경기는 (작년) 한국시리즈 5차전이다. 그 경기로 LG가 29년 만에 우승했고 구단과 팬은 한국시리즈 우승팀과 우승팀의 팬이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그 경기의 승리투수가 될 수 있어 영광이었다.
--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 야구 선수이기 전에 인간 켈리로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한국의 팬심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후 감명을 받았고 경기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했다. 팀을 위해 많이 희생한 최고의 팀 플레이어로 기억됐으면 좋겠다. 야구를 잘했던 선수로도 기억되고 싶다.
-- 앞으로의 계획은.
▲ 내가 건강하고 시즌을 거듭할수록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이 만족스럽다. 미국, 대만 등 여러 선택지를 검토해볼 것이다. 여전히 마운드 위에서 공을 던지고 싶다. 어딘가에서 야구하고 있지지 않을까.
-- LG가 올해 한국시리즈에 올라간다면.
▲ 사실 이런 (작별하는) 상황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했다. 응원하기보다는 일원으로서 함께 경기하고 싶었다. 물론 응원할 것이다. LG는 마음 한쪽에 특별함으로 남아있는 존재다.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