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 직장 내 괴롭힘 임원 징계 미루고 피해자들만 보복성 징계
작성자 정보
- 먹튀잡자 작성
- 작성일
컨텐츠 정보
- 2 조회
- 목록
본문
직원 괴롭힌 임원 A씨 징계는 신중하게…피해 직원들 처벌은 속전속결
고용노동부, 15일 KPGA 노조 기자회견 후 노조와 면담 진행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한국프로골프협회(KPGA)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상식적이지 않은 징계를 남발해 심각한 내부 불협화음을 자초했다.
KPGA는 이달 초 직원 9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열어 2명을 해고하고 4명에게 견책, 1명에게 경고 조치했다.
나머지 2명에 대한 징계는 보류했다.
그러나 이 9명 가운데 8명이 최근 KPGA 내부에서 진행된 고위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 사실을 증언한 직원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컸다.
게다가 KPGA는 상습적인 욕설과 막말, 공개적인 장소에서 폭언, 가족을 거론한 인신공격, 각서 및 연차 강요, 부당한 퇴사 압박, 과도한 경위서 및 시말서 요구, 노조 탈퇴 종용 등 심각한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아온 A씨에 대해서는 사건이 외부로 알려진 이후 7개월이 지나도록 공식 징계를 하지 않고 있다.
A씨에 대한 징계는 미루면서 A씨의 악행을 고발한 직원들에겐 해고 등 중징계 칼날을 휘두른 것이다.
KPGA 노조는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소통관에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보당 손솔 의원과 함께 기자 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을 저지른 임원을 비호하는 KPGA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의 특별 감사와 고용노동부의 특별 근로 감독을 요구했다.
이에 앞선 11일 KPGA 측은 "임원 A씨에게 지난해 12월 무기한 정직 조처를 내렸으며 이는 엄연한 징계"라며 "이사회 의결이 필요한 징계 절차에 따라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절차를 충실히 진행 중"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 "성급한 결정이 오히려 법적 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며 "해당 사안이 고용노동부, 스포츠윤리센터 등 관계 기관의 조사 대상이 된 만큼 법적 절차와 결과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안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KPGA 측의 입장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피해 사실을 증언한 직원들에 대한 보복성 징계 사유를 보면 ▲ 사무국 직원 생일자 쿠폰 지급 지체 ▲ 회장 외국 출장 비용 집행 지체 ▲ 모자 샘플 제작에 따른 지시 불이행 및 팀원 관리 소홀과 같은 내용이다.
해고 통보를 받은 한 직원은 지난 15일 국회에 나와 "KPGA에서 20년 이상 근무하다가 고위 임원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 해고를 통보받았다"며 "신고 이후 가해자인 A씨는 징계하지 않던 협회가 갑자기 저를 징계위원회에 회부했고, 업무상 과실을 명분으로 해고를 통보했다"고 발언했다.
먼저 KPGA의 징계 사유가 과연 직원을 해고까지 할만한 지가 의문이다.
게다가 A씨 징계를 두고는 성급한 결정에 따른 법적 분쟁을 우려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한 KPGA가 피해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가차없이 '속전속결'로 처리했다는 인상도 준다.
KPGA 측은 "직원들에 대한 징계는 원래 작년에 내렸어야 하는 사안인데, 오히려 늦은 것"이라며 "현재 대회가 없는 기간을 이용해 징계 절차를 진행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A씨의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한 처분에는 비상식적으로 관대하다.
이 사안은 이미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됐고, 고용노동부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해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가 A씨를 징계하라고 KPGA에 권고하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알렸을 만큼 사실상 어느 정도 결론이 나와 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KPGA가 '신중한 접근'을 내세워 마치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는 섣불리 징계할 수 없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하자 골프계에서는 '가해자 A씨를 징계하지 않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는 해석이 나오는 형편이다.
KPGA의 이런 보복성 징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1년 협회 내부에서 성추행 사건이 터졌을 때도 피해자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부당 징계 판정을 받은 전례가 있다.
2021년 당시 협회 내부에서 '같은 남자끼리 그런 걸 가지고…'라는 반응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이번에도 6월 이사회에서 일부 이사가 '임원 A씨를 업무에 복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을 만큼 현실과 동떨어진 사태 인식은 물론 KPGA 조직 문화 자체에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A씨의 직장 내 괴롭힘을 '일을 잘되게 하려는 회사를 위한 충정'이나 '군기 반장 역할' 정도로 포장하려는 분위기가 있다는 얘기마저 돈다.
연간 30억원 정도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지원받는 KPGA가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의 징계 권고도 대놓고 무시하는 데에는 속칭 '돈 많은 종목'의 위세를 앞세워 '30억원 안 받아도 그만'이라는 '배짱'이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윤리센터 징계 권고를 90일 이내에 이행하지 않으면 문체부 지원금 삭감이 가능하며 KPGA가 고위 임원 A씨를 징계하지 않으면 그 첫 대상이 될 수 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서는 15일 KPGA 노조의 기자회견 후 KPGA 노조 측에 연락해 17일 오전 면담을 진행했고, 검찰과 스포츠윤리센터에서도 다음 주 중에 KPGA 노조를 만나 KPGA의 보복성 징계에 대해 현황을 파악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