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로프 모친 "아들에게 '한국에 모든 걸 바쳐라'라고 했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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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외국 태생 혼혈 태극전사 옌스 카스트로프 엄마 안수연씨 인터뷰
"옌스가 망설임 없이 한국 대표팀 선택…현재 한국어 공부 전념 중"
(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저는 항상 아이들에게 '너희는 엄마가 원해서 태어난 아이들이고, 반은 한국 사람이다'라고 말해왔어요. 옌스가 한국의 축구 국가대표로 뽑혔다니 너무 자랑스럽고,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외국 태생 혼혈 태극전사라는 이정표를 세운 옌스 카스트로프(22·묀헨글라트바흐)의 모친 안수연씨는 26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제가 한평생 원했던 꿈을 이룬 기분"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독일프로축구 분데스리가에서 뛰는 한국과 독일 이중 국적의 카스트로프는 9월 친선 A매치 두 경기를 앞두고 25일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로 선발됐다.
투지와 활동량을 겸비한 보기 드문 멀티플레이어로 알려져 홍 감독과 한국 축구 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안씨는 "옌스도 아주 기뻐하고 있다"며 "오늘 아침에는 제게 와서 '엄마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되게 많아졌어'라며 신기해했다"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들이 국가대표로 발탁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아들에게 바로 문자를 보냈어요. '축하한다. 네가 열심히 해서 얻어낸 결과다. 이제 인생의 새 챕터를 시작하는 거니, 팀을 위해 모든 것을 다 바쳐라'라고 하니까 옌스가 근육 모양의 이모티콘을 세 개 보내더라고요."(웃음)
1966년 전라남도 나주 삼포에서 나고 자란 안씨는 자신을 "전투적으로 살아온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승리욕이 넘치고, 진취적인 성격이 둘째 아들 옌스와 똑 닮았다고 한다.
시골 소녀였던 안씨는 서울대학교 조경과에 합격해 상경했고 졸업 후 직장을 다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때는 1996년, 한국은 아직 많은 독일인에게 생소한 나라였다.
안씨는 "당시 한국인으로서 무시도, 차별도 많이 당했다"며 "오히려 그래서 더 악에 받쳐 주변 사람들에게 '한국이 최고'라고 말하고 다녔던 것 같다"고 되짚었다.
이어 "저는 스스로를 정말 완전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보통 이민자들이 결혼하면 국적과 성을 남편 따라서 바꾸는데, 저는 제 이름을 고수하면서 완벽한 한국 사람으로 살았어요. 저는 정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을 늘 그리워하면서 살았거든요. 돌이켜보면, 엄마가 한국인으로 살았기 때문에 아들에게도 한국 대표팀을 선택할 기회가 생긴 거죠."
유학 중 옌스 아버지를 만나 결혼하게 된 안씨는 둘째 옌스를 포함해 아들 셋을 낳았다. 자식들만큼은 서로에게 의지하며 외로움을 모르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2000년대부터 한국 기업들과 협력해 독일 친환경사업 노하우를 한국에 들여오는 개인 사업체를 꾸준히 운영했다는 안씨는 아무리 바빠도 육아를 뒷전으로 미루지 않았다.
그는 "어릴 적부터 아이들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해 이것저것 다 도전해보게 했다. 옌스를 데리고 공방도 다녀봤고, 바이올린도 가르쳤고, 테니스도 시켜봤는데, 그중 가장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축구였다"고 돌아봤다.
"유치원 때 처음 축구 교실에 데려갔는데, 옌스가 늘 혼자 골을 다 넣었어요. 당시 아이에게 노란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겼는데, 동네 친구들이 다 따라 사서 노란 운동화가 유행처럼 번질 정도였죠."(웃음)
어린 나이부터 축구 유망주로 주목받은 옌스는 독일 각급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히 선발되며 엘리트 코스를 차근차근 밟았다.
2021-2022시즌부터 뉘른베르크 1군 팀에 합류해 독일 2부 분데스리가에서 4시즌(공식전 92경기 7골) 동안 뛰었고, 올해 2월에는 묀헨글라트바흐와 4년 계약을 맺어 최근 분데스리가 1부 데뷔전을 치렀다.
안씨는 "사실 옌스는 소속팀을 옮긴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팀에 집중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괜히 저 때문에 한국 대표팀을 선택한 것은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중 국적을 신청하러 가기 직전 옌스에게 마지막으로 물어봤어요. '독일에서 뛰는 게 더 편할 수도 있을 텐데 마지막 결정을 내리기 전에 깊은 마음속을 들여다보라'라고 했는데 옌스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엄마 난 당연히 한국에서 뛰지'라고 하더라고요."
항상 웃음기와 밝은 에너지가 넘치고, 시키는 것도 곧잘 하며 엄마를 자랑스럽게 만들어주는 둘째였지만, 안씨는 옌스를 '아픈 손가락'으로 꼽았다.
그는 "첫째와 셋째한테는 제가 직접 한국어를 가르쳤는데, 옌스가 어릴 때는 제가 일을 하고, 남편이 육아를 전담할 때라서 바쁘다는 이유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포기했다. 형과 동생에게 많이 양보하면서 자랐다"고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형, 동생과 달리 한국어가 많이 서툰 수준이라는 옌스는 현재 안씨의 지인에게 개인 지도를 받으며 한국어 공부에 전념하고 있다고 한다.
안씨는 "아들이 스스로 수업 일정을 잡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운동만 하며 자란 아이라 저한테 자주 '엄마 난 왜 이렇게 멍청하지?', '난 왜 한 시간 이상 집중을 못 하는 걸까?'하고 투덜거리고는 한다"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아들이 워낙 성격이 밝고, 활발해서 어딜 가나 사랑받는 스타일이라 큰 걱정은 없지만, 대표팀에서도 제 실력을 발휘하고 한국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