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떨어진 구속으로 유일한 '퍼펙트' 박영현 "구속 안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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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두 번째 경기 6회 등판해 2이닝 무실점 역투로 무승부 발판
(도쿄=연합뉴스) 이동해 기자 =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25 K베이스볼 시리즈 대한민국과 일본의 평가전. 6회초 마운드에 오른 박영현이 역투하고 있다. 2025.11.16 [email protected]
(도쿄=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시속 10㎞가 넘게 구속이 떨어졌지만, 투구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투수는 스피드보다 제구력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다시 확인한 선수는 한국 야구대표팀 오른팔 투수 박영현(kt wiz)이다.
박영현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K-베이스볼 시리즈 일본과의 2차전에 4-6으로 끌려가던 6회 등판, 2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깔끔하게 막았다.
이번 시리즈 두 경기를 통틀어 대표팀 마운드에서 한 명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은 투수는 박영현이 유일했다.
그의 역투는 9회초 김주원의 극적인 동점 홈런으로 이어지며 팀의 7-7 무승부의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
원래 이날 1이닝만 던질 예정이었던 박영현은 6회가 끝난 뒤 류지현 감독에게 "1이닝만 더 던지고 싶다"고 자청했다.
시즌이 끝나고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황에서도 한 이닝을 더 막았고, 이러한 희생정신은 대표팀 마운드에 큰 힘이 됐다.
사실 박영현은 정규시즌이 끝나고 한 달 넘게 실전 등판이 없어 이번 대회를 앞두고 불안감을 안고 있었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에게 "솔직히 감각이 아예 없는 상태에서 올라갔다"고 털어놨다.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한창 좋을 때 최고 시속 156㎞의 강속구를 뿌렸던 그의 직구는 이날 최고 146㎞에 그쳤다.
평소보다 10㎞나 구속이 줄어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 K-베이스볼 시리즈 한국과 체코의 국가대표 평가전을 하루 앞둔 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 대표팀 박영현 등 선수들이 훈련하고 있다. 2025.11.7 [email protected]
하지만 박영현은 구속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구속도 안 나오고 하니까, 아예 구속 자체를 안 봤다"며 "그냥 타자 상대하는 데만 신경 쓰자고 편하게 던지려고 한 게 좋은 기록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구속은 줄었지만, 전략으로 일본 타자들을 압도했다.
그는 "구속이 143∼146㎞ 정도 나왔는데도 타자들에게 안 밀린다는 느낌이었다"며 "슬라이더로 잘 유인했던 것 같다"고 영리한 투구 내용을 밝혔다.
오랜만에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이 아닌 '인간 심판'을 경험한 것에 대해서도 "딱히 차이를 못 느꼈다"며 "신경 안 쓰고 던져야 더 잘 던져지는 것 같다"고 성숙한 태도를 보였다.
ABS에 익숙했던 대표팀 다른 투수들이 고전했던 것과는 달리, 박영현은 시즌 때보다 느려진 구속으로도 자신감 있게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해 결과를 냈다.
박영현은 "내가 잘 던졌다고 생각은 못 한다. 그래도 타자가 못 쳤으니까 잘 던진 것이고, 1년 마무리를 잘한 것 같아 기분은 좋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시즌 마지막 등판을 완벽하게 마친 박영현은 이제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정조준한다.
그는 "일본이라는 강팀을 상대로 아쉽게 무승부로 끝났지만, 우리가 잘했다고 생각해 뿌듯하다"며 "내년 1월부터 잘 준비해서 WBC 본선까지 갈 수 있게 하겠다. 중책을 맡게 된다면 팀이 이기는 길을 만들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